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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레딕/괴담

[스레딕] 국화에게 (진행중?)

Kirito 2019. 10. 7. 20:44

1 이름 : ◆Qnxwlg6lDth 2019/07/15 23:58:58 ID : eNuoFeJO9yY 

안녕. 타인이라기엔 가까웠고, 친구라기엔 서로를 잘 몰랐던 국화. 그 아이에게 못다한 말을 털어놓으러 여기까지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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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0:01:00 ID : eNuoFeJO9yY 

음... 국화를 처음 만난 건 중학교 3학년 때 였다. 그 때 집안 사정으로 전학을 가게 됐거든.


3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0:02:27 ID : eNuoFeJO9yY 

전학 첫 날. 새 교복을 준비하지 못해서 그 전 학교 교복을 입고 등교했었던 기억이 나. 교탁에서 아이들에게 자기소개를 했고, 선생님이 시키시는 대로 비어있는 제일 뒷 자리에 앉았지.


4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00:03:31 ID : 8qmLeZhgkrd 

ㅂㄱㅇㅇ


5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0:05:44 ID : eNuoFeJO9yY 

3개의 분단 중에서 가운데였던 2분단 제일 끝자리. 그 자리는 책상이 두 개 다 비어있었어. (보통 책상 두 개씩 붙어있잖아) 선생님이 나가시고 나서 반 애들은 우르르 내 주변으로 몰려들었고 되게 왁자지껄한 시간을 보냈다. 그 전 학교 교복이냐. 이 교복 예쁘다. 핸드폰 번호 뭐냐. 쏟아지는 질문에 정신이 꽤 없었지.


6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0:06:24 ID : eNuoFeJO9yY 

그리고 그 와중에 그 이야기를 들었다. 왜 하필 이 자리냐고. 참 불쌍하다고.


7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0:08:42 ID : eNuoFeJO9yY 

무슨 말인고하니, 내 옆자리는 원래 주인이 따로 있고 오늘은 학교를 오지 않았다는 거였다. 그리곤 이 사실을 알려줬던 S는 내게 귓속말로 말했다. ‘얘 엄마가 무당인데 학교 자주 빠져.’


8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0:11:45 ID : eNuoFeJO9yY 

그리고 이삼일 정도 지났을 때쯤. 그 아이가 학교에 왔다. 얇고 까맣고 긴 머리카락이 엉덩이를 덮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귀신같다는 생각을 했어. 태어나서 그렇게 머리카락이 길고 피부가 하얀 사람은 처음봤었거든


9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0:13:31 ID : eNuoFeJO9yY 

여기까지 읽었다면 짐작할 수 있겠지만 그 애가 바로 국화였다. 물론 그 애는 한 번도 자기를 소개한 적이 없었지만 조용히 학교를 다니는 거에 비해서 굉장히 유명인사였기 때문에 이름을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어.


10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0:18:07 ID : eNuoFeJO9yY 

S의 말에 의하면 처음 학교에 입학한 이후에 국화는 왕따를 당했었대. 왕따를 당한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아마 국화가 이상한 말을 했을 거라고 확신에 차있었어. 국화가 초등학교 때부터 ‘기둥에는 할머니가 붙어있다’라던가 ‘그네에 7명이 타고 있다’ 같은 말을 하곤 했다더라고.


11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0:19:44 ID : eNuoFeJO9yY 

그렇게 국화는 입학하자마자 혼자가 된 모양이야. 하필 왕따를 주도하고 있는 사람이 2학년 언니들이라 반 애들도 쉬쉬 했었고.


12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0:21:10 ID : eNuoFeJO9yY 

같은 초등학교를 나왔던 S가 어쩌다 한 번씩 ‘괜찮냐’고 물어보곤 했었는데 그 때마다 국화는 ‘얼마 안남았다’고 대답했대.


13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00:21:40 ID : 645865e3Ph8 

크크 웃기다


14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00:22:04 ID : 645865e3Ph8 

ㅋㅋㅋㅋㅋ너 누군지 알겠다 ㅎ 아무리 그래도 여기다가,이런 이야기 푸냐?ㅎ


15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0:24:29 ID : eNuoFeJO9yY 

그리고 여름방학이 되기 2주 전. 교실 밖으로 끌려갔던 국화가 산발이 된 채로 다시 돌아왔다더라. 돌아온 직후에는 언니들 눈치가 보여서 가만히 있던 S는 기다렸다가 청소시간에 국화를 데리고 화장실로 갔대. 선생님께 가서 말씀드리자고. 그랬더 국화가 조용히 웃더라는거야. ‘이제 일주일 정도 남은 것 같다’고 하면서...


16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0:25:16 ID : eNuoFeJO9yY 

>>14 국화를 알고 있어?


17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0:28:56 ID : eNuoFeJO9yY 

이어서 쓸게. 어... 그리고나서 S는 국화가 왠지 무서워졌대. 산발이 된 긴 머리칼 사이로 마주친 눈이 뭔가 반짝여서 ‘물어보지 말았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어. 국화는 그 말을 건네고 옷을 툭툭 털고 S를 지나쳐서 세면대 앞으로 갔대. 그리곤 화장실 거울을 보며 머리를 정리하고 교실로 돌아갔다더라.


18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0:34:38 ID : eNuoFeJO9yY 

그 후로 S는 더 이상 국화에게 말을 걸지 않았대. 국화는 조용히 수업을 듣거나 책을 읽는 게 전부였고. 그러다 며칠 뒤, 급식실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중에 문득 국화 이야기가 나온거야. 요즘은 언니들이 국화 찾으러 교실에 안온다면서.


19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0:37:53 ID : eNuoFeJO9yY 

S는 갑자기 그 날 화장실에서 국화가 한 말이 떠올랐지만 그냥 ‘하하 그러게’ 하고 넘겼대. 여기까지 말하고 S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어.


20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0:41:05 ID : eNuoFeJO9yY 

그리곤 괜히 좌우를 두리번거리다 내게 까딱거리며 손을 흔들었지. 나는 S에게 귀를 가까이 옮겼어. 그러자 S는 처음 내게 국화 이야기를 해줬던 것처럼 속삭였다. ‘그 언니들 중에서 한 명이 자살했대’


21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0:48:39 ID : eNuoFeJO9yY 

그 말을 듣고 나는 건조하게 대답했어. 아. 어. 그렇구나. 되게 무섭네. 뭐 이런 식으로 말야. 그랬더니 S는 펄쩍 뛰면서 핸드폰을 꺼냈어. 자기에게 이 일이 진짜라는 증거가 있다면서. 그리곤 핸드폰을 한참 만지작거리다가 컴퓨터 화면을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ㅇㅇ서 여중생 자살] 이런 식의 인터넷 기사였어.


22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0:52:29 ID : eNuoFeJO9yY 

당시 핸드폰 사진은 화질도 워낙 안좋았고, 디스플레이 해상도도 좋지 못해서 자세한 기사 내용은 읽을 수 없었지만 S말대로 이 학교 출신의 선배가 자살한 건 분명한 사실 같았지. 그리고 S는 열심히 이 사실을 퍼트리고 다녔던 모양이야. 뭐 내게 그랬던 것처럼 귓속말로 전했을 지도 모르지.


23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0:56:22 ID : eNuoFeJO9yY 

그 후로 국화를 괴롭히면 죽는다는 유치한 소문이 돌았대. 뭐 이제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낼 수 있는 가장 무서운 소문이었을거야. 그래도 국화는 학교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그냥 조용히 지냈다고 해. 소문 탓인지 아이들도 대놓고 국화를 괴롭히지는 않았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국화는 학교에 잘 나오지 않게 됐대.


24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1:00:17 ID : JPdu4MpdPdD 

국화의 결석 일수는 하루하루 늘어갔고, 2주가 다 되어갈 무렵 담임선생님이 S를 불렀다더라. 가정환경조사서? 를 제출해야 하는데 국화에게 전해줄 수 있겠느냐고. 자기는 국화 집도 모르고 친하지도 않다고 했더니 선생님이 갸웃거리면서 반 애들이 S가 국화랑 제일 친하다고 했다는 거야. 생각해보니까 자기 말고는 딱히 갈만한 사람이 없겠구나 싶어서 S는 알겠다고 하고 선생님께 국화 주소를 받았대.


25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1:07:12 ID : JPdu4MpdPdD 

학교가 끝나고 S는 친구 P와 함께 국화네 집으로 갔대. (P는 절대 싫다고 했지만 와플로 꼬셨다고 덧붙여주더라) 국화네 집은 S네 아파트 맞은 편의 주택단지였어. 재개발이 예정되어 있다가 취소된 동네라 비어있는 집도 많은 낡은 달동네? 같은 곳이었는데 참 집 찾기가 어려웠다고 하더라고. 그때만 해도 신주소 같은 것도 아니었고, 집 앞 벽에 번지수를 적어둔 게 전부였을 때니 당연했지.


26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01:12:21 ID : gksqi9xO09z 

ㅂㄱㅇㅇ


27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1:13:19 ID : JPdu4MpdPdD 

길을 헤메느라 땀은 줄줄 흐르고 짜증은 머리까지 치미는데 P가 갑자기 찰싹 달라 붙더래. 저 집이 무섭다면서 말야. 그 집은 대문 양 옆으로 대나무? 같은 게 보였고, 빨갛고 노랗고 파랗고 하얀 천이 주렁주렁 걸려있었대. S는 괜히 쎈 척을 하면서 뭐가 무섭냐고 빠른 걸음으로 그 집 앞을 지나갔는데 곁눈질로 열린 문 틈 사이의 살랑이는 긴 머리칼을 본거야. P도 봤는지 비명을 질렀고.


28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1:15:08 ID : JPdu4MpdPdD 

P의 비명소리 덕인지 문제의 그 집에서 누군가 나왔대. 바로 국화였어. 어쩐지 헬쓱해진 국화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조용히 하고 들어오라고 했대.


29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1:20:13 ID : JPdu4MpdPdD 

예상대로 국화네 집은 무당집? 같았대. 집 마당에 나와있는 낡은 식탁 의자들은 뭔가 대기하는 곳 같았고 향 냄새도 나는 것 같았다고 하더라. 국화는 들어오라고 한 후에 마당에 서서 이야기를 했대. 필요한 용건이 있으면 말하라고. 들어오라길래 당연히 집에 들어갈 줄 알았던 S는 잠깐 당황하다가 국화에게 가정실태조사서인가? 그걸 주고 나왔지. 그리고 문 앞에 서서 국화에게 언제 다시 학교에 나오냐고 물었대. 그러자 국화가 곰곰히 생각하다가 ‘P네 할머니가 가실 때 쯤?’ 이랬다는 거야.


30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01:22:10 ID : jwLbveIINzc 

보고있어!


31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1:25:44 ID : JPdu4MpdPdD 

P는 그 말을 듣자마자 인상을 팍 찌푸리곤 S를 잡아끌었대. 빨리 가자면서 말이야. S는 허둥지둥 가방을 다시 똑바로 메고 국화에게 대충 인사를 하고 골목을 빠져나왔지. 그리고 골목을 나와 대로변에 나왔을 때 어색하게 P에게 말을 건넸대. ‘쟤는 왜 남의 할머니가지고 난리야. 그치?’ 하고. 그랬더니 P가 짜증을 내면서 대답했대. ‘아 몰라 존X 짜증나. 쟤 진짜 이상해. 우리 할머니 돌아가셨는데 왜 지X이야’ 이런 식으로.


32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1:28:01 ID : JPdu4MpdPdD 

그리고 한 이틀 정도 지났을 때였나. P가 학교에 나오지 않았대. 그리고 그 날 우연인지 국화가 등교를 했고. 왠지 기분이 나빠진 S는 P에게 문자를 보냈지. 왜 오늘 학교에 안오느냐고. 그랬더니 P가 오늘 국화 학교에 왔냐고 묻더라는거야.


33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1:31:54 ID : JPdu4MpdPdD 

그렇다고 S가 대답했더니 P는 [오늘 우리 할머니 49제래] 라고 답장을 보냈대. 당시에 S는 49제가 뭔지 몰라서 그 문자를 이해 못했다고 하더라. 이후에 P는 국화 번호를 물어봤고, S는 비상연락망이 있는 국화 번호를 보내줬대.


34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1:46:49 ID : JPdu4MpdPdD 

다음날 학교에 온 P는 퉁퉁 부은 얼굴로 국화 이야기를 했대. 걔 진짜 귀신 보는 거 같다고. 할머니 49제인가 뭐 제사지내는데 무당이 굿 같은 걸 하면서 이제 할머니 가신다고 말을 하더래. (이 부분은 너무 오래 전에 들었던 거라 49제?인지 100일제? 인지 정확치 않아) 그걸 듣자마자 며칠 전에 국화가 했던 말이 생각이 난거야. 그래서 번호를 받아서 국화한테 저녁에 전화를 했대. 왜 그런 말을 했냐고. 그랬더니 국화가 ‘할머니가 백옥비녀는 이제 너 가지라고 하셔’ 라고 했다는 거야. 실제로 P네 할머니는 하얀 머리에 염색도, 파마도, 컷트도 하지 않으시고 곱게 길러 백옥 비녀를 꽂고 다니셨대. 그리고 어렸을 때 P가 그 비녀를 보고 예쁘다고 달라면서 고집을 피운 적이 있었다는 거야. 할머니는 그게 할아버지가 사주신 물건이라 쉬이 주시지 못했던 거고. 그래서 P는 그 전화를 끊고 한참을 울었대.


35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1:48:29 ID : JPdu4MpdPdD 

뭐 이 이야기가 어떻게 퍼졌는지는 몰라도 그 후 국화는 귀신보는 무당집 딸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고 해. (이거 말고도 S는 국화에 대해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를 해줬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 이야기들이 아니니까)


36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1:51:04 ID : JPdu4MpdPdD 

그렇게 나는 귀신보는 무당집 딸 국화의 짝꿍이 됐어. 하지만 소문과는 달리 국화는 아주 조용했고, 나긋한 말씨를 가진 아이였지. 수업시간에는 대부분 반듯한 자세로 멍하니 앉아있었고, 쉬는시간에는 이어폰을 꽂고 엎드려 있었어. 아! 가끔씩은 책을 읽거나 어디론가 문자를 보내기도 했던 것 같아.


37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1:53:35 ID : JPdu4MpdPdD 

국화는 뭔가 세상 만사에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은 아이였지만, 가끔 말을 걸어보면 꽤 여중생답기도 했다. ‘요즘 애들이 추는 춤이 유행하는 거니?’ 라던가 ‘빙고 할래?’ 같은 말도 할 줄 알던걸. 그래서 난 더 그 소문들을 믿지 않았던 것 같아. 그냥 내성적인 애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38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2:01:44 ID : JPdu4MpdPdD 

그렇게 별 일 없이 두세달이 지났다. 그 사이에 국화는 학교에 나오기도 하고, 또 나오지 않기도 했지. 날은 꽤 풀려서 춘추복과 하복 혼용 기간이 됐고 말야. 그리고 그 시기에 우리 반은 단합일? 단합대회? 일정을 회의했어. 나는 전학을 와서 잘 몰랐는데, 이 중학교는 1년에 한 번씩 단합대회? 같은 걸 하는 모양이더라고. (내 기억에 의하면 어감은 뭔가 단합대회 였던 것 같아) 실제로 뭐 다른 반이란 싸우거나 하는 건 아니고 각 반마다 일정을 작성해서 제출하면 반 친구들끼리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아.


39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2:07:33 ID : JPdu4MpdPdD 

우리 반은 회의 끝에 학교에서 1박 캠핑을 하자는 의견으로 기울어졌어. 곧 여름이니 담력테스트 같은 것도 하자면서 말이야. 그러면서 아이들은 우리 학교만큼 무서운 곳도 별로 없을 거라며 히히덕댔어. 실제로 그 학교는 70년대에 지어진 아주 오래된 학교였는데, 복도 마룻바닥은 걸을 때마다 끼익거리는 소리를 냈고 화장실은 시멘트 벽을 칸칸이 세운 재래식 변기였지. 우리가 아는 그 나무로 세운 파티션 말고... 진짜 회색 시멘트 벽 말이야. ( 벽에 쓸리면 살도 까졌다)


40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2:14:33 ID : JPdu4MpdPdD 

아무튼 긴 학급회의(라고 해봤자 1시간이지만) 끝에 우리는 합숙 일정을 다 세웠어. 금요일에 정규 수업이 다 끝나고 나면 교실에 모여서 무서운 이야기를 하다가, 해가 지면 담력테스트를 하고 운동장에 텐트를 치고 자기로 한 거지. 물론 선생님께 제출할 때는 자습 같은 걸로 바꿔서 적어냈어.


41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02:15:18 ID : jwLbveIINzc 

보고있오 !-!


42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2:19:22 ID : JPdu4MpdPdD 

다들 승인이 날 지 퇴짜를 맞을지 몰라서 두근두근해 했다. 근데 생각보다 쉽게 허락이 떨어졌어. (아마 담임선생님이 결혼을 앞두고 계셨던 시점이라 좀 대충 보셨던 것 같기도 해) 다만 학교에서 자는 건 당직 선생님 허락이 있어야 한다고 해서 체육 선생님께 쪼르르 달려가서 또 허락을 받아냈지.


43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2:25:35 ID : JPdu4MpdPdD 

텐트는 강당 창고에 쌓여있었고 (왜 중학교에 텐트같은 게 있었는지는 나도 몰라. 난 전학온지 이제 갓 세 달 된 뉴비였다고) 이불같은 건 담요를 대신 챙겨오기로 했어. 저녁은 미리 매점에서 컵라면을 사놨다가 먹기로 했지. 원래 삼겹살을 먹고 싶었는데 취사는 절대 안된다더라. 학교가 거의 나무로 지어져서 불붙으면 그대로 캠프파이어 된다더라고. 당시에 나는 이런 일련의 계획 과정이 굉장히 충격적이었어. ‘중학생들이 직접 계획을 짜고 승인 받고 심지어 학교에서 하루를 머물다니! 이런 모든 과정이 가능하단 말이야?’ 싶어서.


44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2:29:50 ID : JPdu4MpdPdD 

이쯤에서 국화 이야기를 해보자면, 첫 학급회의 때 국화는 반장의 합숙 제안을 듣고 대번에 인상을 찌푸렸었어. 그리고 아주 나즈막히 ‘학교 안와야겠네’라고 중얼거렸다. 그걸 들은 나는 국화의 어깨를 톡톡 쳤어. 그리곤 국화 귀에 속닥거렸지. (응. S한테 옮은 버릇이야) ‘국화야. 우리 합숙 날 같은 텐트에서 자자. 나 텐트 잘 쳐!’ 국화는 그 날 되게 복잡한 표정을 지었던 것 같다.


45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2:38:51 ID : JPdu4MpdPdD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국화가 그 날 학교에 오지 않도록 내버려둬야 했어. 내 오지랖이 국화를 망친거야.


46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02:50:24 ID : A5cE03vdvbc 

ㅂㄱㅇㅇ


47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2:52:43 ID : JPdu4MpdPdD 

후.... 다시 내 이야기로 돌아가볼게. 당시 나는 아까 말했던 특유의 오지랖과 특이한 외모 덕에 생각보다 많은 친구를 사귀고 있었다. 특이한 외모라고 해봤자 뭐 가자미처럼 생긴 건 아니고. [개구리중사 캐로로]에 나오는 캐릭터랑 비슷하게 생겼었어. 눈이 굉장히 큰데다가 바가지머리 숏컷이었거든. (전에 있던 학교 두발 규정이 귀 밑 3센치라 어쩔 수 없이 했던 건데 이 학교는 두발 자유라 숏컷인 사람이 정말 없었어) 뭐 말로 설명하니까 별로 특이하지 않은 것 같긴 하다. 굳이 덧붙이자면 눈이 정말 큰 편인데 또 삼백안이야. 왠만하면 사람들 누구든 내 눈 오래 못쳐다본다. 그래서인지 별명은 토시오였음.....


48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2:58:11 ID : JPdu4MpdPdD 

그런 내게 반장과 부반장은 꽤나 흥미로운 제안을 했어. 담력테스트할 때 귀신 역할을 맡아달라는 거야. 반에서 꽤 무섭게 생긴 애들이나 담이 쎈 애들에게 비밀리에 부탁하는 모양이더라고. 나야 겁도 없는 편이었고 놀래키는 게 재미있을 것 같아서 대번에 수락했지. (참고로 반장은 국화에게도 아주아주X1000000 조심스럽게 요청했는데 1초만에 거절당했다고 했다)


49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3:01:36 ID : JPdu4MpdPdD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국화에게 가서 물어봤지. 반장이 한 제안을 왜 거절했느냐고 말야. ‘놀라는 것보단 놀래키는 쪽이 낫지 않아?’ 라고 했었던 것 같아. 국화는 내 눈을 빤히 쳐다보다가 말했어. ‘너는 괜찮겠지만 원래 그런 역할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50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03:09:25 ID : JPdu4MpdPdD 

음... 시간도 늦었는데 오늘은 여기까지 이야기할까? 혹시 보고있는 사람이 있다면 말해줘. 해가 뜨면 다시 돌아올게.


51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05:50:48 ID : k1a5PfPa3wl 

ㅂㄱㅇㅇ


52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07:36:16 ID : 9wFfPcq1Ci2 

ㅂㄱㅇㅇ


53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07:40:44 ID : atyY1fU4Y6Z 

ㅂㄱㅇㅇ!


54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10:15:59 ID : AZii5U3U43T 

ㅂㄱㅇㅇ


55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13:23:56 ID : jzbDvxA5hAn 

ㅂㄱㅇㅇ


56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4:58:14 ID : dxDAkpO2rff 

생각보다 늦었다. 그럼 이어서 써볼게.


57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15:01:34 ID : mJO8qlu9wIM 

동접! 잘 보고 있어ㅎㅎ


58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15:07:04 ID : 5U3SHA2Hu79 

동접이당


59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15:13:20 ID : imGlctutunD 

ㅂㄱㅇㅇ 동접이당ㅎㅎ


60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5:20:18 ID : dxDAkpO2rff 

그 날 이후로 국화는 또 학교에 나오지 않았어. 단합대회는 여전히 잘 준비되고 있었고 말야. 그리고 나는 앞서 말한 것처럼 담력테스트에서 귀신 역할을 하기로 확정됐어. 방과 후에 집에 가는 척을 했다가 다시 학교로 돌아와서 귀신을 맡기로 한 아이들, 그리고 반장, 부반장과 함께 회의를 했지.


61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15:34:18 ID : lbeE003xxzU 

보고잇어


62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5:34:27 ID : dxDAkpO2rff 

일단 룰은 이랬어. 1. 모든 반 아이들이 운동장에 모여 시작한다. 2. 반장은 시작점인 운동장에서 아이들에게 미션을 뽑도록 한다. (각자 학교에 가서 할 미션이 정해져 있었는데, 주머니에 여러가지 미션이 적힌 쪽지를 넣고 직접 뽑도록 했지) 3. 2인 1조로 움직이며 직접 뽑은 미션을 수행한다. 4. 미션이 끝나면 부반장과 함께 후관에서 대기한다.


63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5:35:42 ID : dxDAkpO2rff 

학교 구조가 운동장 ———- 본관 ———- 후관 이런 식이었거든. 그래서 시작은 운동장, 끝나면 후관. 이렇게 짠거야.


64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15:36:29 ID : haq7wNy5atA 

ㅂㄱㅇㅇ


65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5:38:10 ID : dxDAkpO2rff 

미션들도 생각보다 술술 잘 나왔어. 누군가를 골려먹겠다고 생각하면 아이디어가 정말 끝도 없이 나오더라고. 게다가 여중생이라면 괴담 몇가지 정도는 필수 소양처럼 알고 있곤 하잖아? 우리는 놀라 자지러질 반 애들을 생각하며 의견을 내고 히히덕거렸어.


66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15:40:17 ID : 4JWoY2mmmnv 

보고있엉


67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5:41:04 ID : dxDAkpO2rff 

화장실에서 거울 보면서 빨간 립스틱 바르기, 화장실 네 번째 칸에 들어가서 섬집아기 부르기, 교실 문을 열고 ‘계십니까’라고 네 번 말하기, 교실 청소도구함 속에서 열쇠 찾아 44번 사물함 열기.... 뭐 이런 유치한 미션을 말하면서 말이지. 지금 생각해보니 웃길 정도로 4에 집착하고 있었구나 우리.


68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5:42:56 ID : dxDAkpO2rff 

미션은 어느 정도 나왔고, 이제는 귀신들을 어디에 배치할 지 고민할 차례였어. 반장과 부반장을 제외하고 귀신을 맡기로 한 아이들은 나를 포함해서 총 4명이었는데 (이것도 반장의 계획이었나...!) 교실에 3명, 화장실에 1명이 필요했지.


69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5:46:44 ID : dxDAkpO2rff 

교실에는 청소도구함에 숨어있다가 튀어나올 한 사람, TV뒤에 숨어있다가 튀어나올 한 사람, (요즘은 프로젝터나 천장 벽걸이 TV가 있지만 당시에는 말도 안되게 크고 두꺼운 TV가 바퀴달린 TV다이 위에 있었다. 그래서 체육 시간에 옷 갈아입을 때면 그 뒤에 들어가서 입고 나오는 애들도 있었어) 그리고 뒷문에 숨어있다가 누군가 교실에 들어오면 조용히 복도로 나가서 쾅! 하고 앞문을 닫아버릴 한 사람.


70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15:48:53 ID : QpRwpSK6jeK 

동접이당 ㅂㄱㅇㅇ


71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5:49:24 ID : dxDAkpO2rff 

화장실은..... 혼자 미션에 따라 방법을 바꿔가며 아이들을 놀래켜야 했어. 교실은 1귀신 1미션이었지만, 화장실은 1귀신 3미션이었지. 근데 왜 화장실은 1명이었냐고? 왜냐면 그 곳엔 숨을 수 있는 공간이 없었거든.


72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5:55:05 ID : dxDAkpO2rff 

우리는 고민을 하다가 모두 화장실로 향했어. 전에도 말했지만 본관은 70년대에 지어진 건물이고, 그 이후 조금씩 보수만 되어 있는 상태야. 화장실은 변기가 푸세식에서 재래식으로 바뀐 정도? 각 칸은 두꺼운 시멘트 벽으로 나뉘어져 있고, 문은 부서져가는 나무문으로 되어 있어. 천장은 모두 통해있지만 하단은 나무 문 밑에만 뚫려있고 말야. (옆 칸 친구에게 휴지를 주려면 위로 던져야만 하고 밑으로 전해줄 수 없음. 화장실 복도에 있는 친구는 밑으로든 위로든 다 줄 수 있고)


73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5:59:32 ID : dxDAkpO2rff 

그래서 우리는 고민 끝에 천장에 숨기로 했어. 일반 화장실 파티션의 10배는 두꺼운 그 벽이라면 충분히 숨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 서서 다니는 건 불가능 했지만 기어서 칸을 넘어갈 수 있었고, 벽에 등을 대고 쪼그려 앉거나 엉덩이만 벽에 걸치고 앉아 있는 건 충분했거든. 물론 미션자의 눈에 띄지 않고 천장을 통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제일 컸지.


74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6:02:13 ID : dxDAkpO2rff 

그리고 한 명씩 화장실 칸막이 벽에 올라타보기로 했어. 그냥 그 벽에 올라가는 건 절대 불가능 했고. (양변기였으면 밟고 올라겠겠지만 쭈그려 앉아 볼일보는 그 변기여서 불가능했음) 화장실 복도 끝에 있는 창문을 밟아야만 벽에 올라설 수 있는 구조였어.


75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6:07:37 ID : dxDAkpO2rff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빼도 박도 못하고 화장실 귀신으로 당첨됐어. 다들 애초에 화장실 벽에 올라가지도 못하는 데다가, 벽과 벽 사이를 돌아다니는 건 절대 불가했거든. 그리하여 나는 타잔 토시오라는 칭송을 받으며 홀로 화장실에 남는 역할을 떠맡게 되었지.


76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16:11:39 ID : dwnDy2JRu3x 

ㅂㄱㅇㅇ


77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6:12:57 ID : dxDAkpO2rff 

준비 하는 동안 시간은 말도 안되게 빨리 흘러갔다. 눈 떠보니 단합대회 날이었지.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담요를 두 장 챙기면서 국화에게 문자를 보냈어. [짝지! 오늘 학교 오지? 나 지금 너꺼까지 담요 두 개 챙겨따!>_<] 답장은 오지 않았지만 나는 챙긴 담요를 굳이 빼지 않았어. 왠지 국화가 올 것만 같았거든.


78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16:13:59 ID : k9BvA42Mry7 

동접~~!


79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6:19:54 ID : dxDAkpO2rff 

하지만 도착한 교실엔 국화가 없었어. 아직도 많이 아픈가 싶어서 맥이 빠지더라고. 아픈 애한테 괜히 연락했다 싶고 말야.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어영부영 수업을 들었지. 그래서인지 그 날은 무슨 수업을 들었는지 전혀 기억이 안난다. 그리고 청소시간이 됐을 때 국화가 학교에 왔어. 이렇게 학교가 끝날 쯤 등교한 건 처음이라고 모두 놀라더라. 나는 ‘우쮸쮸 우리 국화 단합대회는 하고 싶었쪄요?’ 라고 놀리면서 국화의 머리를 쓰다듬었어. 또 인상을 팍 찡그릴 모습을 상상하면서 말야. 근데 의외로 국화는 ‘응’이라고 대답했다. 그걸 보고 반 친구들이 웃더라고. 국화도 의외로 귀엽다면서 말이야. 나는 이 기회에 국화가 오해를 풀고 친구를 사귈 수 있길 바랐다.


80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6:23:43 ID : dxDAkpO2rff 

청소까지 모두 끝나자 종례를 하러 담임선생님이 오셨어. 반장에게 ‘이상한 행동 하지 말고 열심히 자습하고, 저녁 늦기 전에 체육 선생님께 중간 보고 드려라’라고 하셨지. 뭐 그런 소리가 잔뜩 신난 반장 귀에 들렸겠어? 그저 무슨 이야기를 하시든 싱글벙글 웃으면서 손을 번쩍 들고 ‘네!!!’하고 큰 소리로 대답할 뿐이지. 그건 반장이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 마찬가지였지만.


81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16:24:03 ID : eNzcIMqnU1x 

ㅂㄱㅇㅇ


82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6:27:01 ID : dxDAkpO2rff 

선생님이 학교를 떠나시고, 모든 아이들이 학교를 떠날 때까지 우리는 자습을 하는 척! 했다. 중간에 몇몇 아이들은 매점에 가서 예정대로 컵라면을 사왔지. 애들이 사온 컵라면을 보니 괜히 배도 고프고, 몸도 근질근질하니 놀고 싶었지만 아직 퇴근하지 않은 선생님들이 계셔서 꼼짝없이 조용히 앉아있었어. 내 생각보다 선생님들은 참 늦게 퇴근하시더라고. (학생들이 집에 가면 30분 정도 있다가 집가실 줄 알았는데 말야)


83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16:29:26 ID : 4JWoY2mmmnv 

보구보구있엉


84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6:31:22 ID : dxDAkpO2rff 

거의 8시가 될 무렵에야 우리는 마지막 선생님의 퇴근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생활 한복을 입으신 도덕선생님이 교문을 나서시는 걸 본거지. 창가에 앉아있던 S가 ‘선비 갔다!!!!!!’ 라고 외치자마자 모두 비명을 지르며 보던 책을 집어던졌어. (그리고 5초 정도 흥겹게 춤을 추다가 모두 주섬주섬 책을 주웠다)


85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6:32:24 ID : dxDAkpO2rff 

뭐 그걸 보던 국화 표정은 꽤 볼만했지. 뭐라 해야하나... 난처? 당황스러움? 다른 건 모르겠지만 웃음을 참고 있었던 건 확실하다.


86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16:35:20 ID : fbvdA7zbva0 

ㅋㅋㅋㅋㅋㅋㅋㅋㅋ보고있어ㅋㅋㄱㅋㅋ귀엽다ㅜㅠ


87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16:36:25 ID : AZii5U3U43T 

ㅂㄱㅇㅇ


88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6:37:49 ID : dxDAkpO2rff 

우리는 선생님이 가신 걸 보자마자 책상을 좌우로 밀었어. 그리고 교실 바닥에 동그랗게 둘러앉았지. 반장은 준비해 온 초를 켜서 교실 정 가운데에 뒀다. 물론 불은 끄고 말야. “해가 길어져서 생각보다 무서운 이야기 오래 해야겠는데? 다들 준비 잘 해왔지?” 반장은 이렇게 말하면서 흐흐흐흐 웃었어.


89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16:39:55 ID : dwnDy2JRu3x 

보고있엉


90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6:40:07 ID : dxDAkpO2rff 

그 때 옆에 꼭 붙어있던 국화가 내 옷을 잡아당겼어. 그리곤 귀에 속삭였지. (국화는 S가 아니라 나한테 배운 거다) ‘쟤 가방에서 초 더 꺼내서 교실 귀퉁이마다 불 좀 켜줘’


91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6:44:48 ID : dxDAkpO2rff 

뭔가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말이었지만, 국화가 아무 의미 없이 내게 그런 말을 할 것 같지는 않았어. 게다가 국화에게 들은 첫 부탁이었는 걸! 나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반장의 가방을 뒤집어 엎어 초를 꺼냈다. (반장은 뭐하는 거냐고 엄청난 속도로 달려왔었다. 아마 가방 속에 있는 담배가 걱정되서 그랬겠지) 그리곤 너무 어두워서 무섭다며 교실 네 귀퉁이에 양초를 켜뒀어. 반 아이들도 실제로 조금 으스스 했던 건지, 내가 초를 둘 수 있도록 책걸상을 치우며 도와줬다.


92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16:46:51 ID : 4IE9BzdWmE9 

ㅂㄱㅇㅇ


93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6:49:22 ID : dxDAkpO2rff 

초를 다 켜고 나니 생각보다 교실은 꽤 밝아졌어. 가운데 하나만 켜뒀을 때는 둘러앉은 애들 그림자가 사방으로 길게 늘어져있어서 어쩐지 으스스 했었는데 그런 느낌이 없어졌지. 반장은 자기 가방이 뒤져졌다는 사실에 쉬익쉬익 거리다가, 내가 건넨 쿠루루의 초코롤을 보고 언제든 자신의 가방을 뒤질 수 있는 권한을 줬다.


94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16:49:49 ID : k9BvA42Mry7 

동접 ㅎㅎ


95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16:50:21 ID : k9BvA42Mry7 

초코롤ㅋㅋㅋㅋ 스레주랑 레주친구들 너무 귀엽다


96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6:55:11 ID : dxDAkpO2rff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된 후에 나는 국화의 옆자리에 앉았어. 그리고 반장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무서운 이야기를 시작했지. 낡은 학교, 조용한 교실, 일렁이는 촛불, 조곤조곤 오가는 무서운 이야기들. 사실 이야기 자체는 어디서 들어봤거나 시시한 게 대부분이었지만 분위기가 그래서였는지 굉장히 오싹하게 느껴졌어. (도서관에 다리 없는 여자아이가 있었다던가 죽은 금붕어가 돌아왔다는 둥의 이야기 말야. 으악! 너무너무 무섭다! 시리즈에 나왔을 법한 그런 이야기)


97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16:57:02 ID : A3WkoGq2Fdu 

보고있어


98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6:57:44 ID : dxDAkpO2rff 

그리고 국화 차례가 되었을 때. 순간 조용했던 교실은 더 없이 조용해졌어. 어디선가 꿀꺽 하고 침삼키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지. 국화는 아무 말 없이 30초 정도 주변을 두리번거렸어. 그 동안 후관 뒷 편에 있는 산에서 들리는 풀벌레 소리가 정말 크게 들리더라.


99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16:59:25 ID : A3WkoGq2Fdu 

하 전화로 빠르게 듣고 싶다 ㅠㅠㅠ


100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16:59:32 ID : A3WkoGq2Fdu 

윽 안되


101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17:00:24 ID : K5hArAqjimF 

1


102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17:00:27 ID : K5hArAqjimF 

.


103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7:03:59 ID : dxDAkpO2rff 

국화는 아주 차분하게 이야기했어. “그런 귀신 이야기 보다는 지금 여기에 있는 귀신이 더 무섭게 느껴지지 않아?” 아이들은 작게 ‘으악!’이나 ‘아... 싫어..’같은 말을 뱉어냈고. 그리고 국화는 고개를 갸우뚱거렸어. “나머지는 원래 여기에 있던 건데.... 복도에서 못들어 오고 있는 저 아저씨는 뭐지? 머리가 부서진 것 같은데...” 이렇게 말하면서 말이야. 그걸 듣고 아이들은 소리조차 지르지 않았어. 나도 마찬가지였지. 뭐라고 해야하나. 남들이었으면 ‘아오, 중2병이냐. 작작해’라고 쏘아줄 수 있을 것만 같은데 국화는 정말 무언가를 보고 있는 것만 같았거든.


104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17:04:09 ID : 6lvbeGnyLbv 

잘 보고있어!! 국화에게 안좋은 일이라도 생긴거니...ㅠ 괜히 걱정되면서 글 읽는 내내 떨리네..ㅠ


105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7:10:43 ID : dxDAkpO2rff 

S는 그런 국화가 익숙한 건지 양 손을 위 아래로 흔들면서 말했어. “워어- 워어- 그런 건 나중에 돈 받고 말해 국화야” 그러자 국화는 순간 내 손목을 꽉 잡았어. 그 덕에 번쩍! 하고 정신이 들었지. “얍! 다들 정신 차려보렴. 나 진짜 엄청 무서운 이야기 가져왔는데... 이제 슬슬 말해도 되냐?” 살얼음이 확 깨진 것 처럼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내 말에 동조했어. ‘쟤가 무섭다면 진짜 무서운 건데 기대된다’ ‘화장실 다녀 와야 하는 거 아니냐’ 면서 말야.


106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7:13:11 ID : dxDAkpO2rff 

나는 ‘에헤이~ 지금 화장실 가면 반칙이지- 옷에다 쪼꼼씩 싸면서 말려’ 라고 말하면서 국화를 곁눈질로 살폈어. 고개를 푹 숙인 국화는 내 손목을 여전히 꽉 잡고 있었지. 지금 생각해보니 이게 시작이었던 것 같아.


107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17:13:57 ID : A3WkoGq2Fdu 

귀신 들린거 아니야..?


108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7:17:13 ID : dxDAkpO2rff 

그렇게 한 바퀴 정도 더 돌아 무서운 이야기를 주고 받았을 때 쯤 해는 완전히 저물었어. (중간에 국화 차례가 한 번 더 돌아왔었지만 ‘재미없는 국화 대신에 특별히 내가 이야기 하나 더 풀겠다’고 해서 넘겼지) 반장은 이제 해가 졌으니 모두 나가자고 제안했고 아이들은 반장을 따라 주섬주섬 일어섰어. 나와 귀신 역을 맡기로 한 친구들은 함께 나가는 척 했다가 중간에 조용히 빠져 나올 계획이었다.


109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17:21:36 ID : A3WkoGq2Fdu 

웅ㅇ


110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7:21:44 ID : dxDAkpO2rff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나는 다른 애들 눈치를 보며 국화에게 귓속말했어. ‘나 귀신 하기로 한 애들이랑 몰래 빠져나갈거야. 학교 어두우니까 다른 애들 잘 쫓아가야 해! 혹시 무서우면 S한테 말해줄까? 같이 가달라고?’ 국화는 그 때 뭔가 굉장히 불안해 보였어. 나는 주변에 귀가 많아 할 말을 못하고 있는 거라 생각했지. 그래서 반장에게 시간을 끌어달라 부탁하는 문자를 보내고 국화와 후관 쪽으로 나왔어.


111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7:23:44 ID : dxDAkpO2rff 

밖으로 나오자마자 국화는 횡설수설하며 말을 꺼냈다. 정말 두서 없고 발음이 흘러서 전부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는 말은 똑똑히 들을 수 있었어.


112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17:24:40 ID : A3WkoGq2Fdu 

레주..나 학원갔다가 올게 외롭겟지만 기다려줭...


113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7:25:35 ID : dxDAkpO2rff 

>>112 조심히 다녀와


114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7:30:16 ID : dxDAkpO2rff 

이어서 쓸게. 사실 나는 당시에 허둥거리는 국화 모습이 낯설기도 했고, 국화가 뱉는 말들이 어쩐지 소름돋아 무섭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었지만 짐짓 태연한 척 국화를 안아줬어. “괜찮아. 다 알아. 괜찮아 국화야.” 라고 말하면서 말야. (사실 아는 거 1도 없음)


115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7:34:48 ID : dxDAkpO2rff 

국화는 내게 안긴 상태(라기 보다는 내가 국화한테 매달린 상태)로 잠시 가만히 있다가 고개를 들고 내게 같이 있으면 안되냐고 물었어. 솔직한 내 심정으로는 땡큐! 였지만 그건 사실 불가능했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국화는 화장실 벽에 올라탈 수 없을 것 같았거든. 그래서 난 국화에게 교실에 있을 것을 제안했어.


116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7:41:55 ID : dxDAkpO2rff 

국화는 잠시 생각하다가 그러겠노라고 했어. 그래서 난 황급히 반장과 부반장에게 문자를 보냈지. 국화가 교실에서 발목잡는 귀신 역할을 해주겠다고 하는데 어떠냐고 말야. 두 사람은 국화는 어차피 놀래켜도 반응도 없을 것 같았다며 흔쾌히 동의해줬어. 그 덕에 국화는 교실에서 3명의 다른 아이들과 함께 숨어있을 수 있게 됐지. 그리고 난 내 순간의 기지로 만든 귀신 역에 국화를 배치해야 했어. 후관에서 후다닥 본관 교실로 돌아와 교탁 밑에 국화를 숨겼지. 누군가 칠판 앞을 지나가면 발목을 잡으면 된다고 말해주면서 말야. 그리고 덧붙였지. ‘아마 니가 발목을 잡을 애들은 거의 없을거야’라고. 교단이 워낙 낡아 삐그덕 소리가 잔뜩 났기 때문에 겁먹은 애들이 여길 지나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거든.


117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17:47:26 ID : BwINzbyJSLa 

ㅂㄱㅇㅇ


118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17:47:41 ID : 4JWoY2mmmnv 

보고있엉


119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7:50:04 ID : dxDAkpO2rff 

그리고 국화의 하얀 얼굴이 애들 눈에 들어올 것 같아서 머리카락으로 사정없이 가렸다. 긴 머리칼이라 충분히 가려지겠지.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와.... 쪼그려 앉아있는 국화가 통채로 가려지더라. 까만 머리카락 뭉치를 보는 것 같았어.


120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7:55:42 ID : dxDAkpO2rff 

“짝지! 들키면 안돼! 끝나고 다시 보자!” 국화는 이 말을 듣고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어. 그리고 몸을 돌려 나가려던 내 팔목을 다시 꽉 잡아챘지. 얼음장처럼 차가운 국화의 손에 나는 깜짝 놀랐어. “어디 아파? 체한 거 아냐? 집에 갈ㄹ...” “꼭꼭 숨어. 들키면 안돼” “엥? 뭐야 내가 한 말이잖아. 벌써 감정이입했냐 국화” “아저씨가 가려주겠지만 그래도 잘 숨어있어. 휘파람... 그거 아니야. 꼭꼭 숨어” 국화는 이렇게 말하면서 떨고 있었던 것 같아.


121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7:58:11 ID : dxDAkpO2rff 

걱정 말라고 말하며 나는 국화 손을 떼어냈어. 그리고 잠시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화장실로 향했지. 조 편성이 다 끝났는지 반장한테 문자가 엄청 오고 있었거든. (그 와중에 반장은 알이 많아서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거 이해하면 너도 아재)


122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8:04:48 ID : dxDAkpO2rff 

아무도 없는 화장실은 정말 을씨년스러웠다. 흔한 테두리 같은 것도 없이 척 하고 붙여진 거울 세 개. (그나마도 다 깨져있음) 고장나서 조금씩 물이 새는 세 번째 수도꼭지. 끼익거리며 조금씩 움직이는 낡은 나무문들. 우오오- 하는 바람 소리가 들어오는 나무 창문. 나는 침을 한 번 꼴깍 삼키고 비장하게 양 옆의 화장실 칸들을 지나쳐 나무 창문으로 향했어.


123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18:06:11 ID : 7vDAkmmralj 

ㅂㄱㅇㅇ


124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8:06:45 ID : dxDAkpO2rff 

창문은 살짝 열려있었다. 그 틈 사이로 바람소리도 나고 있었고, 나무 문도 끽끽 움직이고 있었지. 그 소리들이 뭔가 기분나빴던 나는 창문을 꽉 닫고 도움닫기 한 뒤에 화장실 벽에 올라탔다.


125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8:11:07 ID : dxDAkpO2rff 

그리곤 청소시간에 몰래 칸막이 벽 위에 숨겨뒀던 거울과 화장품을 꺼내서 후다닥 분장을 했지. 화장품이래봤자 훼어니스랑 틴트가 전부였지만 하얗게 뜬 얼굴에 틴트로 잔뜩 입술 주변에 얼룩덜룩 칠하고 눈가를 빨갛게 만들었더니 생각보단 꽤 그럴싸하던걸.


126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8:12:50 ID : dxDAkpO2rff 

지금까지 뭔가 엄청 길게 적었지만 사실 반장이 슬슬 담력테스트를 하자고 제안한 다음 내가 분장을 마치기까지 대략 20분도 안걸렸던 것 같아.


127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8:19:24 ID : dxDAkpO2rff 

나는 반장에게 [ㄱㄱ] 라고 문자를 보냈어. (답장은 [ㅇ] 였음)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싶어서 두근두근 하더라. 그 때 위잉, 하고 또 문자가 왔어. 긴장이 풀렸던 순간에 온 진동이라 깜짝 놀라 폰을 놓칠 뻔 했지. 나는 설정에 들어가서 문자를 잠시 무음으로 바꿨어. 그리고 문자를 확인했지. [17팀 중에서 1팀 - 교실/청소도구함]


128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8:21:22 ID : dxDAkpO2rff 

오호 17팀이나 되는 구나. 얘네는 하필 청소도구함이냐. 불쌍하게. 뭐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 음... 화장실이 아니라서 편했던 것 같기도 하고?


129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18:26:11 ID : dxDAkpO2rff 

아 동생한테 연락왔다. 이제 퇴근하나봐. 저녁 먹고나서 돌아올게.


130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18:39:08 ID : A3WkoGq2Fdu 

레주 저녁 맛있게 먹구왕


131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18:39:32 ID : A3WkoGq2Fdu 

안궁금하겟지만 나 학원 갔다온 애야..


132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18:39:45 ID : A3WkoGq2Fdu 

으응..그렇다고...


133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18:48:55 ID : DwFeGr9jwHC 

오오 재밌당 다음얘기가 궁금해..


134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19:36:50 ID : JRzVbvbjBvw 

기다릴게ㅜㅜ 진짜 재밌게 보고있당


135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20:22:37 ID : nO08rzgnXvC 

정주행하고 왔는데 존잼.... 이 스레 뭔가 흡입력있어


136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20:23:33 ID : nO08rzgnXvC 

>>132 레스주도 귀여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37 이름 : 이름없음 2019/07/16 21:07:34 ID : A3WkoGq2Fdu 

>>136 나한테 관심 주다니 고마웡 ㅜㅠㅠ


138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23:48:56 ID : dxDAkpO2rff 

다시 이어서 써볼게. 음... 첫 팀이 본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엄청난 비명 소리가 따라왔어. 두다다다 달려가는 소리도 들려왔지. ‘아악!!! 엄마아아아아!!!!!’ ‘같이가 이년아!!!!! 으아아악!!!!’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 첫 비명을 얻어낸 교실팀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었어. 물론 현실은 화장실 파티션 난간에 앉아 숨을 죽이고 있을 뿐이었지만 말야.


139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23:51:50 ID : dxDAkpO2rff 

그 때였어. 핸드폰이 반짝였지. [2팀 - 화장실/섬집아기] 드디어 내가 움직일 때가 온 거야.


140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23:55:03 ID : dxDAkpO2rff 

나는 재빠르게 네 번째 칸과 다섯 번째 칸 사이로 이동했어. (사실 재빠르게는 아니고... 떨어지지 않게 적당히 조심하면서..) 그리고 먹이를 기다리는 거미처럼 숨죽여 기다렸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계단에서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어. “으... 어어.... 우리 학교 진짜 개싫어... 무서워....” 익숙한 목소리. 내 첫 손님이 S라니!


141 이름 : ◆Qnxwlg6lDth 2019/07/16 23:58:36 ID : dxDAkpO2rff 

S는 쉬지 않고 떠들면서 화장실로 들어왔어. “누구든 나오면 나 진짜 때린다? 어? 때린다고 했어....?” 이런 식으로 말야. 나는 그저 조용히 기다렸다. S와 S의 파트너가 된 K는 우당탕탕 시끄럽게 문을 하나씩 열어재꼈어. 아마 어느 칸에 귀신 역할을 하는 애가 숨어있을 거라 생각했던 모양이야. 이래서 전지적 시점이 필요한 건가 싶더라. 위에서 내려다 보니까 둘 다 너무 웃긴 거 있지?


142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0:01:39 ID : dxDAkpO2rff 

모든 칸을 열고 아무도 없다는 걸 확신한 두 사람은 잠시 주춤대다가 미션을 하러 네 번째 칸으로 들어갔어. 가뜩이나 좁은 화장실은 정말 숨막히게 꽉 들어찼지. 그리곤 서로 눈치를 보다가 정말 옹졸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어. “어..엄마가아....섬그...늘에....구울..따러어 가면....” 그리고 난 천장에서 느긋하게 그 노래를 따라 불렀지. 꽤 깜찍한 아기 목소리로 말야.


143 이름 : 이름없음 2019/07/17 00:03:53 ID : VhzanDs8pat 

보고있어~~~~ 계속 풀어줘


144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0:06:06 ID : dxDAkpO2rff 

두 사람은 뭔가 이상하다는 듯 노래를 멈췄어. 당연히 나도 멈췄고. 다시 노래를 부르면 당연히 나도 따라 불렀어. 이윽고 두 사람은 서서히 굳었다. 그리고 아주 느리게, 아주 천천히 고개를 위로 들었어. 나는 그 타이밍에 맞춰 네 번째 칸 안 쪽으로 얼굴을 들이밀었지. “다시 불러줘!!!! 깔깔깔깔!!!” 이렇게 외치면서 눈을 잔뜩 크게 뜨고선 말야. 결과는 뻔했다. 두 사람은 엄청난 소프라노톤을 자랑하며 화장실 밖으로 뛰쳐나갔어.


145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0:12:56 ID : dxDAkpO2rff 

그 뒤로는 피곤할 정도로 화장실 손님들이 많았다. 연이어 네 다섯 팀이 방문해주셨으니 말야. 미션은 첫 손님이 했던 [섬집아기] 외에도 두어개 더 있었어. 첫 번째는 [립스틱] 거울을 보고 빨간 립스틱을 바르는 미션이야. 나는 립스틱이 미션이란 걸 알게되면 첫번째 칸으로 이동해서 기다렸다가 거울 쪽으로 고개만 빼꼼 내밀었어. 립스틱 바르고 나면 마지막에 하는 거 있지? 입술을 부딪쳐서 퐝퐝 소리내는 거. 뭔지 이해할 수 있으려나.... 암튼 그 소리를 계속 냈어. 그럼 거울을 통해서 내 얼굴을 보게 될 거고, 마치 공중에 머리만 둥둥 떠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 광경을 납득할 수 없어 뛰쳐 나가게 되는 거지.


146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0:15:08 ID : dxDAkpO2rff 

두 번째는 [노크] 모든 칸에 노크를 하고 문을 열어보는 미션이야. 나는 노크가 미션이라는 걸 알게 되면 천장에 숨어 기다렸다가 모든 문을 다 열고 나서 안심할 때 쯤 네 번째 칸의 문을 안 쪽에서 두드렸어. 보통은 고장난 것처럼 멈췄다가 서로를 바라본 후에 바로 뛰쳐 나가곤 했지.


147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0:17:58 ID : dxDAkpO2rff 

지금까지의 장황하고 쓸데없는 설명들은 내가 그 간 얼마나 바빴는지 알려주기 위함이야. 정말 근 1시간 가량을 화장실 천장을 기어다니느라 굉장히 피로했다고. 무엇보다 아주 덥고, 깜깜하고, 냄새났어. 게다가 손님들이 왔다간 다음이면 비명소리가 귓가에 맴돌아서 어쩐지 혼자 있는 게 별로라고 느껴졌다.


148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0:22:01 ID : dxDAkpO2rff 

그렇게 네다섯팀이 왔다 간 이후엔 무슨 일인지 좀처럼 문자가 오질 않았어. 그 덕에 그 눅눅하고 냄새는 화장실 천장에서 강제 휴식을 취하게 됐지. 얼마나 지났을까. 체감 상으로는 15분 이상은 지루하게 기다렸던 것 같아. ‘아... 좀 쉬다가 하자고 할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무릎을 주무르고 있을 때 였을거야. 다시 계단에서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어.


149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0:29:25 ID : dxDAkpO2rff 

분명히 들리는 재잘거림. 하지만 뭔가 이상했던 점은 그들이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정확히 들리지 않았다는 거야. 분명 그 전에 S가 했던 말은 정말 똑똑히 들렸었는데 말야. 먼 곳에서부터 들렸던 재잘거리는 소리는 그저 점점 커지기만 했어.


150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0:31:18 ID : dxDAkpO2rff 

하지만 당시 나는 그 재잘거리는 소리가 무슨 대화인지 듣는게 중요치 않았어. 일단 저 팀이 무슨 미션을 받았는지 알아내야만 했지. 왜냐면 나는 맡은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화장실 천장 귀신이니까!


151 이름 : 이름없음 2019/07/17 00:31:28 ID : VhzanDs8pat 

그래서??? 스레주 자니??


152 이름 : 이름없음 2019/07/17 00:31:50 ID : jwLbveIINzc 

보고있어 ! 완전 흥미딘딘


153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0:33:47 ID : dxDAkpO2rff 

다급하게 반장에게 [지금 올라오는 팀 무슨 미션인데?! 화장실이야?] 라고 문자를 보냈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어. 슬슬 초조해지던 찰나에 재잘거리는 소리는 서서히 작아졌지. 마치 3층으로 올라간 것처럼 말이야. (내가 지금까지 제대로 말 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 다시 말하자면, 우리 반은 본관 2층에 있었고 내가 숨어있던 화장실 역시 2층 계단 바로 앞에 있었어)


154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0:36:03 ID : dxDAkpO2rff 

저 애들이 무서워서 그냥 3층으로 도망가 버린건가? 아니면 미션을 잘못 이해했나? 별 생각이 다 들었지. 그래서 부반장에게도 문자를 보냈어. [이번 팀 무서워서 3층으로 튀었나봄ㅋㅋ 얘네 실패다] 역시 답장은 없었다.


155 이름 : 이름없음 2019/07/17 00:36:56 ID : nwldyIE3Duk 

보고있엉


156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0:37:39 ID : dxDAkpO2rff 

다시 지루한 기다림이 시작된 것 같았어. 아무에게도 문자는 오지 않았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천장에 잘 숨어있는 것 밖에 없었으니. 그렇게 하품을 늘어져라 뱉고 있을 때 또 다시 소리가 들려왔어. 대화가 들리지 않는 그 재잘거림이.


157 이름 : 이름없음 2019/07/17 00:38:35 ID : VhzanDs8pat 

오오오오!!!! 굉장히 흥미진진해!!!!!


158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0:39:20 ID : dxDAkpO2rff 

그 소리는 천천히 다시 2층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제서야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기 시작했어. 왜냐면 어느 순간부터 고장난 수도꼭지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들리질 않았거든.


159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0:41:19 ID : dxDAkpO2rff 

내가 이상함을 느낀 순간부터 묘한 울렁거림이 생겼다. 본능적으로 도망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재잘거리는 소리는 어느새 2층. 내가 있는 화장실 코 앞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더 이상 커지지도, 작아지지도 않고 아주 균일한 소리로 말야.


160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0:45:09 ID : dxDAkpO2rff 

그걸 느끼자마자 나는 화장실 천장 구석에 몸을 숨겼다. 구석은 잔뜩 쭈그려야만 숨을 수 있는 곳이라 그 전까지는 칸과 칸 사이에 걸터앉아 있었거든. 그리고 좁은 화장실 천장 구석은 빛이 한 점도 들어오지 않는 곳이라 굳이 후레쉬로 비추어 보지 않으면 절대 날 찾을 수 없는 장소였어. 그래서 난 그 곳으로 몸을 옮긴 거야.


161 이름 : 이름없음 2019/07/17 00:46:14 ID : 1du9usqqo44 

근데 국화랑 중3 때 첨만난거면 2학년 언니들은 고2 말하는건가..? 근데 또 자살한 사람은 여중생이라며 설명 좀 부탁해 스레주 !!


162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0:46:45 ID : dxDAkpO2rff 

그리고 아주 조심히 핸드폰 배터리를 분리시켰다. 누가 시킨 건 아니었지만 정말 본능적인 행동이었어. 그리고 순간 사방이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163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0:48:56 ID : dxDAkpO2rff 

>>161 난 국화와 중3 때 처음 만난 게 맞아. 자살한 언니 이야기는 국화가 중1 때 있었던 일이고. 같은 초등학교 출신인 S가 내게 과거 일을 이야기 해줬던 거야. 중1이던 국화가 중2 언니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시기에 나는 다른 학교에서 중1 시기를 보내고 있었지.


164 이름 : 이름없음 2019/07/17 00:50:23 ID : VhzanDs8pat 

계속 얘기해줭~~~~~~♡


165 이름 : 이름없음 2019/07/17 00:50:41 ID : 1du9usqqo44 

>>163 아하 ㅎㅎ 고마워 스레주! 재밌게 잘 보는 중이야!


166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0:52:59 ID : dxDAkpO2rff 

주변이 괴이할 정도로 고요해지자 나도 모르게 숨을 참게 되더라. 얼마나 지났을까. 천천히 화장실 첫 번째 칸 문이 움직였어. 끼이이이이이-


167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0:56:50 ID : dxDAkpO2rff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열심히 행복한 상상을 했어. 치킨, 불고기버거, 짜파게티 뭐 그런 걸 말야. 왜냐면 억지로라도 진정하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큰 숨이 뱉어질 것만 같았거든. 그리고 그 사이에 두 번째 문도 움직이기 시작했지.


168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0:59:22 ID : go0k1ba066j 

상식적으로 이해 불가능한 상황이라 진정하기는 쉽지 않았어. 그저 억지로 입을 막고 코로 숨을 쉬는 방법 밖에 없었지. 와... 진짜 심장 엄청 빨리 뛰더라. 고막 밖으로 심장이 튀어 나와버릴 것만 같았어.


169 이름 : 이름없음 2019/07/17 01:01:07 ID : Ai1fXvCnO4F 

ㅂㄱㅇㅇ


170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1:01:16 ID : go0k1ba066j 

이윽고 문은 차례대로 끼익대면서 열리고 닫혔어. 그리고 내가 있는 마지막 칸 차례가 다가왔지. 나는 여전히 입을 막은 채 눈을 감았다. 차라리 눈을 감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지. ‘정말 지독한 꿈이구나’라고 되뇌이면서 말야.


171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1:02:55 ID : go0k1ba066j 

눈을 감고 어느 정도 기다렸을까. 분명 이쯤이면 소리가 날 법 한데도 조용했다. 나는 천천히 눈을 떴어. 그리곤 다시 질끈 감아버렸다. 닫혔던 마지막 칸은 이미 열린 상태였거든.


172 이름 : 이름없음 2019/07/17 01:03:08 ID : Ai1fXvCnO4F 

정말무서웠겠다.


173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1:06:17 ID : go0k1ba066j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해야하지...’ 머릿 속엔 오직 저 문장만 가득 들어찼어. 그리고 다시 화장실 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심스럽게 열렸던 아까와는 달리 아주 과격하게 말이야. 문이 움직이는 끼익 소리와 벽에 문이 부딪히는 쾅! 턱!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어.


174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1:07:36 ID : go0k1ba066j 

그 소리에 맞춰서 아까 들렸던 재잘거리는 소리도 점점 커졌어. 그리고 왜인지 그 재잘거림은 서서히 비명처럼 바뀌었다.


175 이름 : 이름없음 2019/07/17 01:07:41 ID : 2K1Cpats5Qn 

ㅂㄱㅇㅇ


176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1:08:12 ID : go0k1ba066j 

‘아. 날 찾고 있구나. 내가 없어서 화가 난거야’ 라는 생각이 들었어.


177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1:09:25 ID : go0k1ba066j 

그 때였어. 계단 쪽에서 다른 소리가 들려온 건. 분명한 발소리. 밑에서 누군가가 올라오고 있었다.


178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1:13:47 ID : go0k1ba066j 

발소리는 바로 화장실로 뛰어들어왔어. 나는 누군가가 날 데리러 왔다는 생각에 바로 눈을 떴다. 그리고 순간 문이 움직이는 소리도, 재잘거리던 소리도 멈췄어. ‘아. 진짜 누가 왔나보다’ 뭔가 찌잉하고 눈물이 나더라. 난 조심히 내려갈 준비를 했어. 누가 왔든 잔뜩 안아주리라고 생각했지.


179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1:14:47 ID : go0k1ba066j 

그 휘파람 소리만 아니었다면 말이야.


180 이름 : 이름없음 2019/07/17 01:16:59 ID : VhzanDs8pat 

제발 여기서 끊지 말아줘~~ 계속 얘기해줘~~~~


181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1:19:13 ID : go0k1ba066j 

명확한 휘파람 소리라기엔 어쩐지 바람 새는 소리가 나는 그 소리. 국화가 했던 말이 계속 맴돌았어. 휘파람은 아니라고 했던 그 말이 말야. 그리고 어쩐지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대체 뭔데 이렇게 신명나게 날 찾는지 화가 치밀어 오르더라고. 그것도 페이크에 페이크을 써가면서!


182 이름 : 이름없음 2019/07/17 01:21:12 ID : 1imLaq47xO3 

동접~^^ 보구있엉~


183 이름 : 이름없음 2019/07/17 01:22:05 ID : 1imLaq47xO3 

설마 끊긴거야?ㅜㅜ


184 이름 : 이름없음 2019/07/17 01:22:29 ID : kqZinWjfTU2 

보고있어!!


185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1:22:42 ID : go0k1ba066j 

그래서 난 눈을 부릅 뜨고 소리가 나는 방향을 노려봤다. 워낙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보였지만. 휘파람같은 그 쇳소리는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어.


186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1:25:14 ID : go0k1ba066j 

그리고 아차 싶어 무기가 될 만한 물건을 손에 꼭 쥐었다. 클클 훼어니스.. 웃기려고 하는 게 아니고 진짜 그 때 내 옆에 있는 게 그거 밖에 없었어. 그걸 들고 화장실 여기저기를 노려보고 있었지. 그 때 갑자기 큰 소리 두 개가 한 번에 들려왔어.


187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1:26:56 ID : go0k1ba066j 

하나는 귀 바로 옆에서 들리는 휘파람 같은 쇳소리.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나가!!!!!!!!!” 라고 외치는 국화의 목소리.


188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1:29:41 ID : go0k1ba066j 

찢어지는 듯한 국화의 목소리는 엄청나게 화를 내고 있었어. 나가라는 말 이외에는 잘 알아들을 수도 없을 만큼 말이야. 그래서 난 저 목소리가 국화가 맞는 걸까 의심스러웠다. 나는 수많은 소리에 지쳐있었고 그냥 눈을 감고 귀를 막는 편이 나았어.


189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1:31:58 ID : go0k1ba066j 

그렇게 눈을 감고 귀를 막으려던 찰나에 누군가 발목을 잡아챘어. 당연히 감은 눈은 번쩍 떠졌고, 내내 참아온 비명도 터졌지. 나는 비명을 지르면서 버둥거렸어.


190 이름 : 이름없음 2019/07/17 01:32:21 ID : VhzanDs8pat 

대박대박 그래서???


191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1:34:55 ID : go0k1ba066j 

“정신차려!! 숨 쉬어!! 소리 들려? 들리잖아!” 아.... 그 말을 듣고서야 알아챘다. 창 밖의 바람소리. 고장난 수도꼭지의 물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한 걸. 나는 맥이 빠져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았다.


192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1:37:59 ID : go0k1ba066j 

나는 높은 화장실 벽에서 바닥으로 무너지듯 쓰러지며 부딪친 곳의 고통조차 못느꼈어.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지. 오랜 시간 동안 물 속에서 허우적 거리다가 건져진 것 같은 그런 느낌은 말야. 국화는 그런 나를 잠시 내버려두었다가 다시 양 손을 꽉 잡았다. “나가자. 밖에 애들 기다리고 있어”


193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1:39:44 ID : go0k1ba066j 

바닥에 떨어질 때 잘못 착지한 모양인지 내 걸음은 확연히 느렸어. 절뚝거리는 게 영 좋은 모양새는 아니었지. 하지만 국화는 재촉도 하지 않고, 부축도 하지 않으면서 천천히 내 발걸음에 맞춰 걸었다.


194 이름 : 이름없음 2019/07/17 01:40:19 ID : VhzanDs8pat 

부축은 안해줬구나.....


195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1:42:40 ID : go0k1ba066j 

그렇게 운동장으로 나오자 반 아이들이 우르르 우리 주변으로 몰려왔어. 괜찮냐면서 울먹이는 아이도 있었지. 나는 아직도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어. 무슨 일이었냐는 눈빛으로 국화를 쳐다보자 또 그 복잡한 표정을 지어보이더라고.


196 이름 : 이름없음 2019/07/17 01:44:50 ID : VhzanDs8pat 

스레주 글 진짜 잘 쓴다 대박이야~~~ 잠을 잘 수가 없어.. 제발 계속 써줘 부탁이야


197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1:45:02 ID : go0k1ba066j 

반장은 일단 부모님께 연락을 드리라고 했다. 반 아이들도 모두 부모님께 데리러 오라고 연락을 한 모양이었어. 알겠다고 대답한 뒤에 나는 아이들에게 저리 떨어지라고 휘적휘적 손을 내저었지. 그리곤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서 핸드폰 전원을 켰어. 그 때까지 국화는 말 없이 내 옆에 앉아줬고.


198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1:49:15 ID : go0k1ba066j 

핸드폰 전원을 켜면서 나는 국화에게 괜찮느냐고 물었어. 국화는 굉장히 이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내가 너한테 해야할 말 아니냐’고 말야. 그래서 난 어깨를 으쓱해보였어. “이 정도로 쓰러지면 험한 세상 못 산다!” 그 때 국화는 조금 웃었던 것 같아.


199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1:52:11 ID : go0k1ba066j 

그리곤 다시 핸드폰을 쳐다봤지. 그런데 왠 걸? 내 핸드폰은 굉장히 바쁘게 반짝이는 중이었다. 핸드폰이 꺼져있을 때 왔던 문자가 쏟아지고 있는 중이었거든. 무음이었으니 망정이지 진동이나 소리였다면 그거 나름 또 무서웠을 거다.


200 이름 : 이름없음 2019/07/17 01:52:27 ID : VhzanDs8pat 

새로고침 100번 누르고있어~~~~ 흥미진진해


201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1:54:31 ID : go0k1ba066j 

하지만 일단 나는 아빠에게 귀한 딸래미를 데려가라고 전화해야 했으므로 빠르게 종료키를 연타했어. 그리곤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욕을 얻어들었지. 솔직히 욕이 그 이상한 소리들보단 오조오억배 나았다.


202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1:58:00 ID : go0k1ba066j 

전화를 끊자 부반장이 쭈뼛대며 다가왔어. 오늘 학교에서 자는 건 힘들 것 같다면서 말야. 부모님께 전화하라고 했을 때 이미 알아챘는데 참 일찍도 말해준다 싶더라. ‘응 나도 등 폭신하고 몸 시원한 우리 집에서 자는 게 더 좋다’고 대답했다니 부반장은 뭔가 말하려다가 다시 입을 닫았어. 내 옆의 국화 눈치를 보면서 말이야.


203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2:01:08 ID : go0k1ba066j 

시간이 지나고 아이들은 하나 둘 씩 부모님 차에 실려 집으로 돌아갔다. 당시 우리 집은 학교에서 차로 2-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었는데, 아빠가 단잠에서 막 깨어난 목소리인 것으로 미루어 보아 30분은 족히 걸릴게 뻔했지. 그 동안 나는 국화의 무릎을 베고 운동장 계단에 드러누웠다. 국화는 잠시 주춤거리다가 어색하게 내 머리칼을 쓰다듬었어.


204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2:02:37 ID : go0k1ba066j 

음... 뭔가 개 취급 당하는 느낌이었지. ‘진짜 이런 거 안해본 애구나’ 라는 느낌이 팍팍 드는 손길이었거든. 그래서 난 그제야 슬슬 웃었다. 국화는 그런 날 보고있다가 조심히 말을 꺼냈어.


205 이름 : 이름없음 2019/07/17 02:05:10 ID : VhzanDs8pat 

뭐라고 했는데~~~~?????


206 이름 : 이름없음 2019/07/17 02:06:04 ID : DuoNButBuk7 

했는데에~~~~???????


207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2:06:25 ID : go0k1ba066j 

“삼촌이래. 너희 삼촌이 알려주셨어” “응? 뭘?” “너한테 가야한다고 너희 삼촌이 뛰어오셨어” “........” “키 크고, 하늘색 줄무늬 반팔을 입고, 청바지를 입은 삼촌이...” “머리가 깨져서 날 구해달라고 하셨어?” 국화는 허공을 바라보다가 날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난 생각했지. ‘P도, S도 다 거짓말쟁이가 아니었나보네’하고.


208 이름 : 이름없음 2019/07/17 02:09:12 ID : VhzanDs8pat 

스레주~~ 부탁있어~~~ 절대 말없이 잠들지말아줘.. 기다리다가 난 밤 꼴딱 샐거같아.... 말 해주고 잠들기!!! 약속!!!!


209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2:09:19 ID : go0k1ba066j 

그리곤 아무 말도 할 수 없어서 팔로 눈을 가렸다. “삼촌이 포도 잘 먹었녜.....” 아.... 그리고 난 그 말을 듣자마자 엉엉 울어버렸어. 그리고 국화에게 끅끅거리며 대답했지. ‘너무 너무 맛있었다고 꼭 전해 달라고. 내가 미안하고 정말 사랑했노라고 꼭꼭 전해달라고’말야.


210 이름 : 이름없음 2019/07/17 02:10:22 ID : Ai1fXvCnO4F 

스레주.글넘잘쓴다.계속새로고침하면서보고있어~


211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2:12:32 ID : go0k1ba066j 

초등학교 5학년 방학이었을 거야. 나는 방학 동안 내내 할머니네 집에서 살았어. 할머니 집에 있는 동안 왠지 엄마는 볼 수 없었고, 이따금씩 아빠만 찾아와서 나를 때리시곤 했지. 그런 날이면 난 마루에 나와 잔뜩 웅크린채 꾹꾹 눈물을 참았어.


212 이름 : 이름없음 2019/07/17 02:12:41 ID : DuoNButBuk7 

찡해......


213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2:14:39 ID : go0k1ba066j 

그러고 있으면 언제나 택시 영업을 마친 삼촌이 와서 날 안아올려주시곤 했어. ‘우리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까~?’ 라고 하시면서 말야. 어디가 아프냐던가, 왜 혼났냐는 말 한 번 물어본 적이 없었지. 그저 날 안고 다시 택시로 가셨어.


214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2:17:10 ID : go0k1ba066j 

택시에 타면 삼촌은 꼭 미터기를 누르셨다. ‘너 이렇게 비싼 택시 공짜로 타고 있는거다’ 라면서. 그럼 나는 창문을 살짝 내리고 얼굴을 말렸어. 어느 정도 다 마르면 삼촌이 꼭 내 손목을 꽉 잡으셨지. ‘이제 아이스크림 먹을까?’ 하고 웃으면서 말야.


215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2:18:38 ID : go0k1ba066j 

그렇게 밖에 나오면 아이스크림을 들고 공원이나 뒷산을 다니면서 데이트를 했다. 내가 맨발이라 삼촌은 꼭 날 업어주셨어. 아니면 내가 삼촌 신발을 훔쳐신고 도망가곤 했지. 아.... 생각해보니까 정말 너무 좋았었다.


216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2:20:49 ID : go0k1ba066j 

그런 우리 삼촌은 키크고 정말 잘생겼지만 딱 세 가지의 단점이 있었어. 하나는 담배를 줄창 피워댔던 거였고. 두 번째는 마음이 아팠던 거였고. 세 번째는 나만 믿었다는 거야.


217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2:23:03 ID : go0k1ba066j 

우리 예쁜 삼촌은 중증 우울증 환자였다. 오랜 시간을 정신병원에서 보내셨고, 하루도 빼지 않고 수많은 약을 드셨지. 그리고 세상에 믿을 수 있는 대상이 나 하나여서, 일주일에 한 번 병원을 갈 때면 불안할 정도로 날 찾았어.


218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2:24:01 ID : go0k1ba066j 

처음에는 삼촌과 지내는 게 너무 좋았지만, 친구들과 있어도 날 찾으러 오고 학원에 있어도 날 찾으러 오곤 해서 나는 슬슬 짜증을 냈었어. 그 때마다 삼촌은 늘 미안하다고만 했었다.


219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2:26:01 ID : go0k1ba066j 

그리고 삼촌이 이따금씩마다 하는 행위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자살하겠다고 하는 거였어. 나는 할머니 집에서 지내는 동안 그런 장면을 수도 없이 봐왔지. 그 때마다 할머니는 허겁지겁 시장에서 집으로 뛰어오셨고, 나는 그런 할머니와 삼촌을 찾으러 가곤 했어.


220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2:27:56 ID : go0k1ba066j 

그리고 그 날도 마찬가지였지. 선풍기를 틀고 대자리에 누워서 늘어져라 낮잠을 자고 있었던 그 날말이야. 삼촌은 우당탕탕 집에 들어와서 또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어. 높은 아파트에서 떨어져 죽겠다면서. 나는 ‘아휴, 또 그러네 삼촌’ 하고 다시 잠들었어.


221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2:30:45 ID : go0k1ba066j 

얼마 지나지 않아 할머니가 집에 오셨고 나를 깨우셨지. 이 근처에 아파트가 어디에 있냐고 하셨어. 나는 졸린 눈을 비비고 할머니랑 같이 할머니집 옥상에 올라갔다. 옥상에서 보이는 아파트 하나. 그건 동네의 유일한 아파트였어. 나는 그 아파트를 가리키며 말했지. “동네에 아파트라곤 저거밖에 없는데 옥상이 열려있을리도 없고, 계단에 있는 저 쪼그만 창문으로는 머리도 못 들이밀어요. 그렇다고 가정집에 나 죽을테니 문 열어달라고 할 수도 없잖아요. 별 일 없을거예요” 할머니는 내 말을 듣고 다시 시장으로 돌아가셨어.


222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2:31:23 ID : go0k1ba066j 

그리고 그 날 우리 삼촌은 돌아가셨다.


223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2:32:34 ID : go0k1ba066j 

늘 입으시던 청바지와 파란 줄무늬 반팔 차림으로 늘 다니던 동네에서 늘 믿었던 조카를 두고 그렇게 가버리신거야.


224 이름 : 이름없음 2019/07/17 02:34:32 ID : vhgrthgi8qn 

아..ㅠㅜ


225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2:35:29 ID : go0k1ba066j 

나는 그 뒤로 한 동안 아빠에게 심한 매질을 당했다. 살인자라는 말을 들으면서 말이야. 나는 그 매질을 참다 못해 삼촌이 떨어졌던 그 아파트로 향했지. 옥상 문이 참 어이없이 쉽게 열리더라. 그리고 난 그 옥상에서 주저앉아 하염없이 또 울었어. 그 아파트 옥상에서 할머니집 옥상이 너무 잘 보이는 거야. 삼촌은 옥상에서 나랑 할머니가 오길 기다리셨을지도 몰라.


226 이름 : 이름없음 2019/07/17 02:35:39 ID : vhgrthgi8qn 

레주가 많이 힘들었겠구나...


227 이름 : 이름없음 2019/07/17 02:38:43 ID : vhgrthgi8qn 

아니 어린애가 뭘 안다고 하...진짜!!!!


228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2:39:07 ID : go0k1ba066j 

그리고 시간이 흘러 49제 날이 다가왔어. 처음 가는 동네에 처음 가는 집에서 제사를 지내게 됐지. 지금 생각해보면 산 속의 무당집 비슷한 곳이었던 것 같아. 그리고 나는 예나 지금이나 꽤 삐뚤어진 성격이라 이런 건 다 거짓말이라고 그 집에 들어가지 않았어.


229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2:41:20 ID : go0k1ba066j 

그래서 그 앞 개천에서 동생과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 그 때 저 멀리서 한 아주머니가 급하게 뛰어나오시더라. 헉헉 거리며 숨을 내쉰 아주머니는 삼촌이 우릴 찾는다고 하셨어. 그 이야기를 듣고 짜증이 났지만 어린 초등학생이 무슨 힘이 있겠어? 오라면 와야지 뭘.


230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2:43:50 ID : go0k1ba066j 

내가 아주머니 손에 이끌려 집안에 들어오는 순간 갑자기 조용해졌어. 꽹과리다 징이다 다들 시끄럽게 연주하고 있었는데, 내가 들어오자마자 쿵쿵 뛰던 무당 아줌마가 연주를 멈추라고 한 거야. 어른들 모두 날 바라보고 있어서 순간 이상하게 겁이 났던 게 기억나.


231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2:45:32 ID : go0k1ba066j 

무섭게 화장을 하고 있었던 무당 아줌마는 날 향해 달려왔어. 나는 뱀 앞의 개구리처럼 꼼짝없이 얼어붙었지. 무당 아줌마는 나를 껴안더니 얼굴을 요리조리 돌려보기 시작했어.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232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2:48:49 ID : go0k1ba066j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까?” 라고. 나는 순간 울컥 했지만 참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무당아줌마는 안절부절 못하다가 갑자기 봉다리를 달라고 소리쳤어. 날 데려왔던 아주머니가 급하게 커다란 비닐봉지를 건네주셨지. 그랬더니 제삿상 위에 있는 포도를 잔뜩 쓸어서 봉투에 채우는 거야. 와장창거리는 소리가 무서워서 나는 딸꾹질을 했어.


233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2:52:12 ID : go0k1ba066j 

그리곤 헉헉대면서 포도와 다른 과일들을 잔뜩 채운 봉투를 내게 내밀었다. “포도 좋아하지 우리 아기. 달아 이거” 나는 더이상 참지 못하고 또 울었어. 그리고 꾸역꾸역 그 과일을 먹었다. 정말 너무 달더라. 그 와중에 무당은 또 비닐을 달라고 해서 사과 하나와 귤 하나를 담아서 내 동생에게 건넸어. “너는 내가 뭘 좋아하는 지 몰라. 그리고 너도 알겠지만 나는 느이 언니를 훨씬 좋아하니까 이거만 받아라” 라고 하면서.


234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2:54:46 ID : go0k1ba066j 

그리곤 무당은 제삿상에 놓인 담배를 물어 불을 붙였다. 한 두어모금 빨더니 인상을 찌푸리고 담배를 끄더라고. 그러면서 우리 고모를 찾았어. “어이 미자야. 에쎄 순 말고 라이트로 사온나” 아 정말 우리 삼촌이구나. 우리 삼촌이 저 아줌마 몸 속에 있나보구나. 나는 확신했지.


235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2:56:28 ID : go0k1ba066j 

나는 삼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너무너무 많았어. 그 날 나를 보고 있었느냐고. 원망스럽지는 않았냐고. 내가 사랑한다고 말해본 적이 없어서 너무 미안하다고. 이제라도 가지 않고 내 옆에 있어주면 안되냐고. 하지만 겁먹은 초등학생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 그저 ‘가지마 삼촌. 나 무서워’라고 칭얼거리는 것 밖에는.


236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2:58:00 ID : go0k1ba066j 

그런 삼촌을 국화가 보고있었던 거야. 여전히 바보같을 정도로 나만 좋아하는 우리 삼촌을. 가지 말랬다고 정말 안 가고 내 옆에 있는 소중한 우리 삼촌을....


237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3:01:36 ID : go0k1ba066j 

국화는 끅끅거리며 우는 내 머리를 한참이나 쓰다듬어줬어. 그리곤 다시 입을 떼서 천천히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238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3:07:14 ID : go0k1ba066j 

처음 우리가 동그랗게 앉아서 무서운 이야기를 시작할 때, 국화는 사방으로 뻗혀있는 아이들의 그림자를 향해 휘적거리는 손들을 봤대. 그림자가 뻗은 벽을 긁고 허우적 대는 길고 마른 손들을. 그래서 국화는 내게 부탁했대. 촛불을 네 귀퉁이에 켜달라고 말이야.


239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3:13:36 ID : go0k1ba066j 

휴... 시간도 늦었고 오늘은 이만 갈게. 원래는 좀 더 이야기를 하려고 했지만 오랜만에 삼촌을 떠올렸더니 꽤 눈물이 나서 피곤해졌다. 내일은 오후에 돌아올게.


240 이름 : ◆Qnxwlg6lDth 2019/07/17 03:14:18 ID : go0k1ba066j 

보고 있다면 말해줘. 그리고 내가 삼촌 꿈을 꿀 수 있길 바라줘. 조금 이따 다시 만나자.


241 이름 : 이름없음 2019/07/17 03:20:15 ID : huoNtikljAp 

ㅂㄱㅇㅇ!!


242 이름 : 이름없음 2019/07/17 04:01:17 ID : 4ZcqZfO8lB9 

보고 있어. 잘 자. 삼촌이랑 같이 있을 예쁜 꿈 꾸길 바랄게.


243 이름 : 이름없음 2019/07/17 10:24:30 ID : DwFeGr9jwHC 

아이구..나도 읽으면서 찡해지네ㅠㅠ 스레주도 맘고생 많이 했겠다 지금 쯤은 일어났으려나..?


244 이름 : 이름없음 2019/07/17 10:25:28 ID : CmK7vxxxyHz 

>>243 동접이다


245 이름 : 이름없음 2019/07/17 10:42:17 ID : ldBgnU7zbwt 

ㅂㄱㅇㅇ


246 이름 : 이름없음 2019/07/17 12:34:14 ID : A3WkoGq2Fdu 

진짜 슬프다 삼촌 그냥 슬프단 말 밖에 안나와 눈물날 거 같아


247 이름 : 이름없음 2019/07/17 22:31:26 ID : VhzanDs8pat 

스레주 언제와??? 오늘도 이야기 들을 준비가 되어있어!!!


248 이름 : 이름없음 2019/07/18 01:57:34 ID : 41A2LhzbBeZ 

아아아ㅠㅠ 레주 언제와


249 이름 :  2019/07/18 09:46:17 ID : coMlCoY9s9t 

언제와 ㅠㅠ


250 이름 :  2019/07/18 23:43:53 ID : qrs8klg6p82 

우아 ㅠㅠ


251 이름 : 이름없음 2019/07/19 14:47:05 ID : uty41u08pbC 

언제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궁금해


252 이름 : 이름없음 2019/07/19 15:40:25 ID : hf9g1AZcoKY 

스래주 빨리와 왜 안올까. .


253 이름 : 이름없음 2019/07/19 16:58:04 ID : VhzanDs8pat 

스레주야~~~~ 이제 그만 돌아오렴!!!! 이야기가 너무 듣고싶어


254 이름 : 이름없음 2019/07/19 19:06:29 ID : JRxzTO4IJO1 

레주 기다리고 있어~!


255 이름 : 이름없음 2019/07/19 20:00:57 ID : 2r9bg40lilD 

스레주 제발. .


256 이름 : ◆Qnxwlg6lDth 2019/07/19 20:31:21 ID : nO08rzgnXvC 

너무 오랜 시간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다들. 일이 생겨서 좀 늦었다. 아마 오늘도 금방 가야할 것 같아. 그래도 가기 전까지 최대한 이야기해볼게.


257 이름 : 이름없음 2019/07/19 20:37:59 ID : Qttg0oMqoZj 

오 동접인가


258 이름 : ◆Qnxwlg6lDth 2019/07/19 20:38:46 ID : nO08rzgnXvC 

촛불을 교실 네 귀퉁이에 켰던 이후의 이야기야. 국화는 불을 켜는 중에 다시 벽과 천장을 훑어봤대. 그랬더니 그 앙상하고 긴 손들이 괴이한 소리를 내면서 녹듯이 없어지더라는 거야. 마치 바닥과 벽 사이에 빨려들어가듯 사라졌다고 하더라. 그리고 뭔가 ‘지지배배’거리는 소리만 남았다고 했어. 국화가 처음 아주 정확한 딕션으로 ‘지지배배’라고 했을 때는 ‘엥? 제비...?’ 뭐 이런 생각이 불쑥 들어 우습기도 했지만, 이내 실제 소리를 묘사하는 것을 듣고 나는 굳을 수 밖에 없었다. 국화가 묘사한 그 소리는 떠드는 것 같기도 하고, 속삭이는 것 같기도 했던 그 묘한 재잘거림이었어.


259 이름 : ◆Qnxwlg6lDth 2019/07/19 20:43:15 ID : KZbeJWi2sks 

순간 내가 움찔거리기라도 했는지 국화는 말을 멈추곤 날 바라봤다. 아무 말 없었지만 왠지 나를 걱정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괜찮다고 부디 계속 이야기 해달라 부탁했지. 국화는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어.


260 이름 : 이름없음 2019/07/19 20:51:50 ID : vwqZba6Y5Ve 

동접이다! 너무 재밌어ㅠㅠㅠ


261 이름 : ◆Qnxwlg6lDth 2019/07/19 20:53:09 ID : cK43RwrcLgq 

“애들이 각자 준비해온 이야기 있었잖아. 귀신 이야기.”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국화는 함께 고개를 끄덕인 후에 말을 이어갔지. 한참 아이들이 이야기를 하던 그 때. 국화는 많은 것들이 교실 근처로 모여드는 걸 보고 있었대. 그 많은 것들은 아이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또 그저 지나다니기도 했다는 거야. 그리고 어느 순간에 자신의 등 뒤에 다가선 그 아이를 느꼈대.


262 이름 : ◆Qnxwlg6lDth 2019/07/19 21:00:50 ID : cK43RwrcLgq 

국화는 손톱 근처의 거스러미를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리듯 말했어. “음... 믿을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오랜 시간 동안 그 아이를 만나왔어” 라고 말이야. 그리곤 그 아이에 대해 조금은 두서 없이 설명해줬지.


263 이름 : ◆Qnxwlg6lDth 2019/07/19 21:13:23 ID : cK43RwrcLgq 

그 두서없던 설명을 대충 정리해보자면 이래. 국화는 어린 시절부터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봐왔는데, 그걸 막고자 어머니가 대신 내림을 받으셨다고 하더라. 한 동안은 별 이상이 없었기에 ‘됐다’라고 생각했대.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전과는 다른 형태의 ‘이상한 것’들이 보였던 모양이야. “거꾸로 걷는 사람 같은 거 말이야. 나중에야 알았지. 곧 죽을 사람이 그렇게 보인다는 건” 나는 국화를 괴롭혔다던 그 선배가 떠올라 어쩐지 오싹해졌다. 물구나무를 선다는 건지, 문워크를 한다는 건지 알 순 없었지만 자세하게 물어보기에는 내 담이 너무 작았어.


264 이름 : ◆Qnxwlg6lDth 2019/07/19 21:16:49 ID : cK43RwrcLgq 

그리고 그 때 쯤 그 아이가 보이기 시작했대. 이전에는 이따금씩 꼬마의 비명소리가 들리는 정도였지만 그 날 그 아이를 직접 마주해버렸고, 그 이후로 국화의 어머니가 아주 바빠지셨다고 했다. 이 과정을 이야기하는 게 고통스러웠는지 국화는 자세히 말해주진 않았어. 대충 문맥상으로는 예의 ‘그 아이’가 국화가 받아들여야 하는 대상이라고만 파악할 수 있었지.


265 이름 : ◆Qnxwlg6lDth 2019/07/19 21:24:58 ID : cK43RwrcLgq 

그 후로 국화는 외출이 꽤 괴롭게 느껴졌대. 땅거미가 질 무렵부터는 그저 방 안에 콕 박혀있어야만 했다고 했다. ‘답답했겠다...’라는 내 말에 국화는 고개를 갸웃거렸어. 어쩐지 자주 피곤해지고, 몸이 아파와서 별 생각도 안 들었다더라.


266 이름 : ◆Qnxwlg6lDth 2019/07/19 21:30:42 ID : cK43RwrcLgq 

“왜냐면 나는 그 아이로부터 도망치고 싶었거든. 답답했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지만 만약 답답했더라도 버텼을거야.” 그렇게 말하곤 국화는 굉장히 씁쓸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리고 그게 국화가 처음으로 진심을 꺼내보인 말이었어. 멍청한 내가 너무 늦게 알아채버렸지만....


267 이름 : ◆Qnxwlg6lDth 2019/07/19 21:39:02 ID : cK43RwrcLgq 

휴... 다시 단합대회로 돌아가볼게. 국화가 무서운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그 아이’를 느꼈던 그 순간으로. 국화는 그 아이의 존재를 느끼고 얼마 지나지않아 엄청난 어지러움을 느꼈대. 매스껍고 울렁이고 아주 차갑고 아주 뜨거웠다고 했어. 그리고 사방이 고요해졌을 때, 몸이 이질적으로 움직이는 걸 느꼈는데 놀랄 틈도 없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말이 나오더라는 거야. 그런 이야기보단 실제 귀신이 더 무섭지 않냐는 둥, 나머지는 원래 여기 있는 것 같다는 둥.... 우리가 들었던 그 말 말이야.


268 이름 : ◆Qnxwlg6lDth 2019/07/19 21:47:57 ID : cK43RwrcLgq 

국화는 필사적으로 정신을 잡고 있었대. 왠지 여기서 지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야. 그리고 여전히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복도에서 못 들어오는 머리가 부서진 아저씨’에 대한 말을 입에서 뱉었고, 그 순간 그 아저씨의 형체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걸 봤대. ‘아... 못 들어오는 게 아니라 안 들어오는 거였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국화는 다가올 고통을 예감하며 눈을 감았다고 했다.


269 이름 : ◆Qnxwlg6lDth 2019/07/19 21:58:46 ID : cK43RwrcLgq 

하지만 국화는 눈을 감자마자 다시 뜰 수 밖에 없었대. 그 아저씨가 국화의 손에 자신의 손을 겹쳐서 내 손목을 꽉 잡아챘기 때문이지. 전혀 예상조차 못했던 일이라 국화는 살짝 놀랐다더라. 하지만 어쩐지 꽤 애뜻한 감정이 전해져서 싫진 않았대. 그리고 그 사이에 ‘아이’는 사라져 있었다고 했어.


270 이름 : ◆Qnxwlg6lDth 2019/07/19 22:01:02 ID : cK43RwrcLgq 

아 이제 다시 가봐야겠다. 새벽에 돌아올 수 있으면 다시 올게. 다들 기다려줘서 고마워.


271 이름 : 이름없음 2019/07/19 22:23:27 ID : VhzanDs8pat 

빨리와 스레주~~~~ 기다리고 있을께


272 이름 : 이름없음 2019/07/19 22:39:44 ID : 0re6rAnO4Nu 

쓰느라 고생한당,, 다시 생각하면 힘들텐데. 정말 고마워 스레주 !!


273 이름 : 이름없음 2019/07/20 00:01:56 ID : A3WkoGq2Fdu 

웅ㅇ웅


274 이름 : 이름없음 2019/07/20 00:09:22 ID : xyFcpSIMo5g 

삼촌얘기보면서 울었다ㅜㅜ


275 이름 : 이름없음 2019/07/20 11:02:56 ID : K6i8krhBs4N 

슬프네..


276 이름 : 이름없음 2019/07/20 11:24:38 ID : 3XzhwHxwts2 

세상에 삼촌얘기 보면서 눈물질질짰다 진짜ㅠㅠㅠㅠ


277 이름 : 이름없음 2019/07/21 15:37:28 ID : VhzanDs8pat 

스레주 언제와. 오늘은 올거지?


278 이름 : ◆Qnxwlg6lDth 2019/07/22 01:56:48 ID : mqZjBtfTU41 

요 사이에 갑자기 바빠진 터라 늦었어.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까 했는데 있었구나. 기다리게해서 미안해.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내일 낮에 다시 올게. 다들 잘 자고 좋은 꿈 꾸길 바라


279 이름 : 이름없음 2019/07/22 08:44:49 ID : K6i8krhBs4N 

기다릴게!


280 이름 : 이름없음 2019/07/22 10:07:14 ID : 4JWoY2mmmnv 

레주ㅠㅠ 보고싶었엉ㅠㅠ


281 이름 : 이름없음 2019/07/23 13:11:40 ID : DxSGtyZdB83 

어서돌아와줘ㅠㅠ


282 이름 : 이름없음 2019/07/23 21:27:10 ID : PeFcrhumoGt 

tmi인데 맞춤법 정확해서 읽는 게 너무 편해...잘 읽고 있어


283 이름 : 이름없음 2019/07/23 22:17:25 ID : VhzanDs8pat 

언제와 스레주~~~ 낮에 온다고 했자나.... ㅠㅠ


284 이름 : 이름없음 2019/07/24 15:11:38 ID : VhzanDs8pat 

스레주 언제와???.


285 이름 : 이름없음 2019/07/24 20:50:44 ID : A3WkoGq2Fdu 


286 이름 : 이름없음 2019/07/25 18:32:36 ID : 5cINBy7utvv 

스레주 늦더라도 괜찮으니까 와주라ㅠ


287 이름 : 이름없음 2019/07/26 20:58:09 ID : vwqZba6Y5Ve 

스레주 언제 와...ㅠㅠ


288 이름 : 이름없음 2019/07/27 11:44:27 ID : lu9tbcnA7uo 

일단 8일 지났으니까 스탑 걸께..


289 이름 : 이름없음 2019/07/27 15:14:21 ID : 6rzhzareZdC 

스레주..ㅠㅠ 언제와아아


290 이름 : 이름없음 2019/07/27 17:50:20 ID : ktwJU7vA47w 

스레주ㅠㅠㅠ


291 이름 : 이름없음 2019/07/28 06:26:52 ID : 41A2LhzbBeZ 

아 스레주 ㅠㅠ


292 이름 : 이름없음 2019/07/28 14:53:15 ID : xDBxPjwIGoK 

레주,,,,,,돌아와,,,,


293 이름 : 이름없음 2019/08/06 22:35:42 ID : VhzanDs8pat 

레주 안돌아옴???


294 이름 : 이름없음 2019/08/08 22:13:41 ID : Fcq5gry0tBu 

스레쥬 ... 갱신이야... 얼른와줘 제발...


295 이름 : 이름없음 2019/08/08 22:14:49 ID : 3XzhwHxwts2 

스레주 어디갔어ㅠㅠㅠ


296 이름 : 이름없음 2019/08/09 00:43:24 ID : 41A2LhzbBeZ 

레주 ㅜㅜㅜㅜ현생이 많이바쁜거니


297 이름 : 이름없음 2019/08/09 01:43:57 ID : Qr88o5hBBs3 

기다리고 있어!


298 이름 : 이름없음 2019/08/09 13:42:55 ID : cHwljvva2sk 

스레주 기다리고 있어 얼른 와!ㅜㅜ


299 이름 : 이름없음 2019/08/09 13:44:43 ID : Piqlu8i1g1u 

1


300 이름 : 이름없음 2019/08/09 13:44:48 ID : Piqlu8i1g1u 

2


301 이름 : 이름없음 2019/08/09 13:44:51 ID : Piqlu8i1g1u 

3


302 이름 : 이름없음 2019/08/09 13:44:55 ID : Piqlu8i1g1u 

.


303 이름 : 이름없음 2019/08/09 22:21:28 ID : jdyK0nvbbjB 

스래주잠수면 갱신하지말자


304 이름 : 이름없음 2019/08/11 20:17:25 ID : Fcq5gry0tBu 

스레주 안와 ?? 내용 까먹을 거같에..


305 이름 : 이름없음 2019/08/17 22:09:44 ID : A3WkoGq2Fdu 

ㅠㅜ


306 이름 : 이름없음 2019/09/13 00:32:19 ID : wttfU5cFa65 

왜안와 스레주ㅠㅠ


307 이름 : 이름없음 2019/09/13 00:42:48 ID : 3vhhwHyMrxT 

스레주!!! 어딨어


308 이름 : 이름없음 2019/09/14 16:42:09 ID : k4Hu5Vglu3u 

스레주ㅠㅠ


309 이름 : ◆Qnxwlg6lDth 2019/09/26 03:04:19 ID : Qre3O2smIHy 

오랜만이야. 사정이 생겨서 못왔었어. 앞으로 조금씩이라도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볼까 해.


310 이름 : 이름없음 2019/09/26 03:04:34 ID : gY01hdSIHA1 

헐 동접이라니


311 이름 : ◆Qnxwlg6lDth 2019/09/26 03:06:08 ID : Qre3O2smIHy 

음... 그럼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볼까? 국화에게 ‘그 아이’가 들어오고, 우리 삼촌이 국화 손을 통해 내 손목을 꽉 쥐었던 그 때로 말야.


312 이름 : ◆Qnxwlg6lDth 2019/09/26 03:08:41 ID : Qre3O2smIHy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아이는 사라져있었고, 국화는 밀려오는 피로감에 순간 아찔해졌다고 해. 그래도 최대한 정신을 잡고 꾹 참았대. 갑자기 잠이 해일 마냥 덮쳐오는데도 무의식중에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하더라.


313 이름 : ◆Qnxwlg6lDth 2019/09/26 03:10:54 ID : Qre3O2smIHy 

얼마나 지났을까. 국화는 그 시간조차 짐작이 가지 않는다고 했어. 다만 내가 몸을 흔들고 말을 걸어서 어렴풋이 정신이 들었대.


314 이름 : ◆Qnxwlg6lDth 2019/09/26 03:15:53 ID : Qre3O2smIHy 

그리고 그 애는 꽤 어지러워서 내가 정확히 무슨 말을 하는 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간다’는 말만은 이해했던 모양이야. 그리고 내가 한 그 말을 이해하고 나자 문득, 쇳소리 같기도 하고 호루라기 소리같기도 한 섬뜩하고 괴이한 소리가 들리더래.


315 이름 : ◆Qnxwlg6lDth 2019/09/26 03:19:10 ID : Qre3O2smIHy 

어쩐지 불안해진 국화는 나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 것만 같았대. 그래서 허겁지겁 말을 하려고 했는데, 순간 파란 줄무늬 반팔을 입은 그 아저씨가 보였다는거야. 그래. 맞아. 국화는 그 순간에 우리 삼촌을 다시 발견하게 된거지.


316 이름 : ◆Qnxwlg6lDth 2019/09/26 03:22:21 ID : Qre3O2smIHy 

국화가 발견한 삼촌은 입에 검지손가락을 세우고 있었다고 해. 알지? ‘쉿!’하면서 입에 손가락을 세우는 그 동작 말야. 그걸 보고 국화는 고민에 빠졌대. 물론 이 말을 들은 나는 국화가 ‘말할까 말까’로 고민한다고 생각했었다.


317 이름 : ◆Qnxwlg6lDth 2019/09/26 03:23:47 ID : Qre3O2smIHy 

뭐 아무튼 국화가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고 있을 때, 내가 그 애에게 밖으로 나갈 것을 제안한 거였어. 그렇게 우리는 쪼르르 후관으로 갔던 거야.


318 이름 : ◆Qnxwlg6lDth 2019/09/26 03:26:28 ID : Qre3O2smIHy 

후관으로 나오자마자 국화는 눈을 굴려 우리 삼촌을 찾았다고 해. 그리고 예상보다 쉽게 발견한 우리 삼촌은, 아까와는 달리 그저 반듯이 서있을 뿐이었다고 했어. 그제서야 국화는 내게 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대.


319 이름 : ◆Qnxwlg6lDth 2019/09/26 03:30:24 ID : Qre3O2smIHy 

“오래 쭈그려 앉아있다 보면 다리가 저리잖아.” 국화는 갑자기 뜬금 없는 말을 꺼냈다.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던 나는 순간 당황해서 맥이 조금 풀렸지만,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끄덕였어. ‘뭐 그렇지?’라고 말하면서 말야. 내 대답을 듣고도 잠시 말없이 있던 국화는 곧 이야기를 다시 이어나갔어.


320 이름 : ◆Qnxwlg6lDth 2019/09/26 03:39:11 ID : Qre3O2smIHy 

“그렇게 다리가 저린 상태에서 갑자기 일어나 달리는 건 힘들겠지?” ‘엥?’이란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국화가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싶은 모양이라고 짐작한 나는 전보다 조금 더 성의있게 대답했지. “음... 그렇지. 걷는 것도 고사하고, 일어서는 것도 쉽지 않잖아.” 국화는 이번 대답이 마음이 들었던 건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난 그런 국화를 바라보다가 주머니에서 고무줄을 꺼내서 조용히 머리를 묶어줬어. 무슨 엄청난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걍 그 상황에서 긴머리가 출렁대니까 어쩐지 좀 거북해서 말야. (응. 이제야 말하는 거지만 쪼꼼 무서웠어. 많이는 아니고 쪼꼼...)


321 이름 : ◆Qnxwlg6lDth 2019/09/26 03:47:32 ID : Qre3O2smIHy 

싫지는 않은지 국화는 얌전히 제 머리칼을 내어주며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딱 그랬어. 한참을 억눌려있다 뛰려니 힘들었던 거지. 그래서 제대로 말을 할 수가 없었어.” 명확한 말은 아니었지만 이해하기에는 충분한 말이었어. 갑자기 자신이 겪은 상황을 말로 설명하려니 힘들었다는 뜻이었겠지. 그리고 새삼 이 상황에서도, 그렇게 빙빙 돌려 설명해주는 국화가 고마워졌다. 설명도 딱 국화답다는 생각이 들어서 웃음이 났거든. 덕분에 이 달밤, 낡고 오래된 학교 운동장에서 으스스한 이야기를 하는데도 그리 소름끼치거나 싫진 않았어.


322 이름 : ◆Qnxwlg6lDth 2019/09/26 03:52:19 ID : Qre3O2smIHy 

뭐.... 그렇게 국화는 쭈그려있다가 뛰려고 시도한 사람처럼, 버벅이며 말을 토해내게 됐대. 제 스스로도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였기에 속으로는 꽤 당황했었다고 하더라.


323 이름 : ◆Qnxwlg6lDth 2019/09/26 03:58:40 ID : Qre3O2smIHy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들은 내가 “다 안다” 라고 대답을 하기에, 국화는 ‘그래. 얘도 그럴 만한데 이미 다 봤을 수도 있지’ 라고 생각했다더라. 나는 여기까지 듣고 바로 ‘그럴 만하다는게 무슨 말이냐’고 물었지만 국화는 그에 대한 대답해주지 않았어. ‘아직은 그 걸 알 필요가 없다’면서 말야.


324 이름 : ◆Qnxwlg6lDth 2019/09/26 04:02:01 ID : Qre3O2smIHy 

내 질문을 단칼에 무시한 국화는 기억을 더듬는 듯, 잠시 멈춰있다가 말을 이었다.


325 이름 : ◆Qnxwlg6lDth 2019/09/26 04:04:05 ID : Qre3O2smIHy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다들 잘 쉬고, 다음 이야기를 할 때 다시 만나자. 다시 한 번 오랜 시간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단 말을 하고 싶어. 미안하고. 그 동안 기다려줘서 참 고마워.


326 이름 : 이름없음 2019/09/26 04:51:05 ID : ZhbwmsnXvvh 

너무잼있어서몰입된다..그.국화란친구는지금뭐하고사는지알아?


327 이름 : 이름없음 2019/09/26 07:25:26 ID : QrbzTPjBwGl 

ㅂㄱㅇㅇ... 스레주 드디어 돌아왔구나ㅠㅠ


328 이름 : 이름없음 2019/09/26 11:54:25 ID : oY03veL9hcL 

국화가 무탈했음좋겠어 여기서라도 사람들이 레주랑 국화생각하는마음이 모여서 앞으로더더잘살았으면좋겠어 이야기의 끝은모르지만 국화는 잘아니까 레주의마음도 다알고있을거야 기다리구잇을게 레주~


329 이름 : 이름없음 2019/10/01 10:52:56 ID : wnyHBcNwJVh 

레주언제와아.........


330 이름 : ◆Qnxwlg6lDth 2019/10/04 21:00:48 ID : gqqjclck3zS 

돌아왔어. 사설은 짧게 하고 바로 이야기를 이어볼게.


331 이름 : ◆Qnxwlg6lDth 2019/10/04 21:03:51 ID : gqqjclck3zS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는 걸 생각해냈지.” 내가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갸웃거리자, 국화는 아주 작게 속삭이듯 말을 뱉었어. “...휘파람 말야.”


332 이름 : ◆Qnxwlg6lDth 2019/10/04 21:05:52 ID : gqqjclck3zS 

휘파람. 그 별 것 아닌 세 글자에 갑자기 소름이 오소소 올라왔어. 방금 전 화장실에서 들었던 그 소리. 쇳소리처럼 나던 그 소리가 귓가에 다시 들려오는 것만 같았거든.


333 이름 : 이름없음 2019/10/04 21:06:55 ID : WqjfV9jy1xw 

와!!! ㄷㅈ!!!! ㅂㄱㅇㅇ!!!


334 이름 : ◆Qnxwlg6lDth 2019/10/04 21:08:35 ID : gqqjclck3zS 

나는 짐짓 괜찮은 척 껄껄 웃었다. 괜히 팔을 들춰올리며 큰 소리치면서 말야. “와!! 소름!!! 나 팔 봐!! 완전 생닭같지 않냐?” 국화는 살짝 구기고 있던 미간을 펴고 슬핏 웃었어. 그리곤 이내 그 웃음을 지우고 이야기를 이어갔지.


335 이름 : ◆Qnxwlg6lDth 2019/10/04 21:10:58 ID : gqqjclck3zS 

“그래서 바로 네게 말해주려고 했어. 휘파람.... 그 소리를 조심하라고 말야. 그런데 그럴 수가 없었어.” “응? 왜?” 멍청하리만큼 명랑한 내 질문에 국화는 숨을 크게 쉬었다가 다시 뱉어냈다. “아저씨의 손 모양이 바뀌었거든.”


336 이름 : ◆Qnxwlg6lDth 2019/10/04 21:14:27 ID : gqqjclck3zS 

‘아저씨? 아... 우리 삼촌을 말하는 거구나” 란 생각을 하면서 나는 말없이 국화를 쳐다봤어. 어쩐지 입 한 구석이 쓴 것처럼 느껴져 살짝 인상을 찌푸리면서 말야. 그러자 국화는 내 생각이라도 읽은 듯 쉼없이 말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337 이름 : ◆Qnxwlg6lDth 2019/10/04 21:18:03 ID : gqqjclck3zS 

국화 말에 따르면, 우리 삼촌의 손모양이 어느새 달라져 있었다고 했어. 손가락질 하는 모양새로 말야. 그리고 그 손가락은 우리가 빠져나온 구관의 중앙 현관을 향해있었대. 그 중앙 현관은 나와 국화가 대화 중이던 곳에서 불과 3-4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지.


338 이름 : ◆Qnxwlg6lDth 2019/10/04 21:21:01 ID : gqqjclck3zS 

‘뭘 가르키고 있는 거지?’라고 생각하던 찰나. 국화의 귀에는 다시 그 쇳소리같은 휘파람소리가 들려왔대. 그걸 듣고 자기도 모르게 몸이 조금씩 굳어오는 것만 같았다더라. 그리고 그 자리에서 그 휘파람에 대해서 경고하려던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해. ‘이 곳에서 말을 해선 안된다’고 판단한거지.


339 이름 : ◆Qnxwlg6lDth 2019/10/04 21:24:45 ID : gqqjclck3zS 

그래서 국화는 내게 같이 가자고 했던거야. 물론 나야 아무 생각 없었지만. 그렇게 내가 반장과 국화의 향후 거처에 대해 의논하던 그 때. (사실 뭐 의논이랄 것도 없이 통보에 가까웠지만) 국화는 점점 커지고 멀어지는 그 소리에 슬슬 머리가 아파왔다고 해. 그리고 인상을 찌푸리려던 순간, 우리 삼촌을 보고 꽤 놀랐다더라.


340 이름 : ◆Qnxwlg6lDth 2019/10/04 21:27:37 ID : gqqjclck3zS 

“이렇게 하고 있었... 아니 계셨거든.” 황급히 우리 삼촌에 대한 어미를 존댓말로 수정한 국화는 손을 들어올려 빙빙 돌려보였어. 머리에 대고 빙글빙글 손을 돌리는 게 아니라 하늘로 손가락 끝을 향하게 해서 말야. (유 해드 빙빙? 이거 아니야.)


341 이름 : 이름없음 2019/10/04 21:28:36 ID : GtzcFhhBy3V 

보고있어!


342 이름 : 이름없음 2019/10/04 21:30:45 ID : rwJPdvijclj 

ㅂㄱㅇㅇ 동접 너무 반가어 ㅠㅜㅠㅠ


343 이름 : ◆Qnxwlg6lDth 2019/10/04 21:32:20 ID : gqqjclck3zS 

그걸 본 국화는 순간 무언가로 머리를 맞은 것만 같았대. 맞아. 삼촌의 손가락은 그 ‘휘파람’에게 향하고 있는 거였어. 국화가 볼 수 없었던 걸 우리 삼촌이 보고있었던 거지. 그리고 떠올렸대. 처음 삼촌이 취했던 그 동작을 말야. 왜, 그 ‘쉿’이라고 하면서 만드는 그 손동작.


344 이름 : ◆Qnxwlg6lDth 2019/10/04 21:35:10 ID : gqqjclck3zS 

“그걸 ‘조용히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서 참 다행이었어. 아저씨는 ‘그 것이 이 위에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으신 거였지만.” “왜 다행이야. 그게?” 국화는 내 질문듣고 꽤 멍해졌다. 그리고 이내 몸을 부르르 떠는 것만 같았어.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말을 꺼낼 뻔 했던 거잖아.”


345 이름 : ◆Qnxwlg6lDth 2019/10/04 21:38:00 ID : gqqjclck3zS 

그걸 들은 나는 ‘그래서 그게 뭐 어쨌는데!!!!!!!!!!!!!’ 라고 소리라도 빽 지르고 싶을 만큼 속이 답답했지만, 필사의 노력으로 꾹꾹 눌러 삼켰다. 어쩐지 그러면 안될 것 같았거든. 그리곤 그냥 나 좋을대로 이해했지. ‘하긴. 누구 앞에다 놓고 조심하라고 욕하면 기분나쁘겠지 뭐.’ 대충 이런 식으로 말야.


346 이름 : ◆Qnxwlg6lDth 2019/10/04 21:43:18 ID : gqqjclck3zS 

“그래서 내가 널 따라 나선 거였고, 눈치를 보다가 아저씨가 더이상 손가락을 들어올리지 않으실 때 말한거야. 그 것이 널 따라다니는 것 같고, 몹시 위험한 것이니 조심하라고.” 국화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지. 그리고 난 그 반짝이는 눈을 보면서 생각했다. ‘그런 말 처음 들어....대체 언제 그렇게 말했어 니가........’


347 이름 : ◆Qnxwlg6lDth 2019/10/04 21:45:01 ID : gqqjclck3zS 

내가 들은 건 겨우 ‘휘파람 그거 ㄴㄴ야’ 뭐 이정도 소리였는데, 그렇게 엄청난 의미가 숨어있었다니 아주 놀라웠지. (고전 시가 해석본 본 느낌...... 뭔지 알지?)


348 이름 : 이름없음 2019/10/04 21:47:44 ID : GtzcFhhBy3V 

아니..ㅋㅋㅋㅋ 고전시가


349 이름 : ◆Qnxwlg6lDth 2019/10/04 21:51:38 ID : gqqjclck3zS 

그 후로는 뭐 내 이야기랑 비슷했어. 담력훈련이 시작되고, 아이들이 차례차례 교실과 화장실로 향했던 것 말야. 아, 이건 좀 사설이긴 한데, 국화한테 그 동안 뭘 하고 있었냐고 물어봤었거든? 그랬더니 쭈그려 있다가 다리가 저려서 그냥 쭉 펴고 있었대. 첫번째 팀이 교실 들어서자마자 교탁 아래에 있는 다리랑 국화 긴 머리카락 보고 바로 뛰쳐 나갔다고... 그렇게 첫번째 팀이 떠난 뒤에 교실 귀신팀이 모두 모여서 국화 머리카락을 쓰담쓰담 해줬다더라.


350 이름 : ◆Qnxwlg6lDth 2019/10/04 21:53:08 ID : gqqjclck3zS 

물론 이전 이야기를 봤으면 알겠지만, 그 동안에 난 화장실 천장을 오가며 아주 맹활약을 펼치고 있었지. 국화가 본의 아니게 예쁨 받던 그 시간에 말야.


351 이름 : 이름없음 2019/10/04 21:58:00 ID : WqjfV9jy1xw 

계속 ㅂㄱㅇㅇ...ㅠㅠㅠ


352 이름 : ◆Qnxwlg6lDth 2019/10/04 21:59:25 ID : gqqjclck3zS 

국화는 그 시간이 아주 짧고 평화롭게 느껴졌대. 그래서인지 어쩐지 자꾸 졸리고, 나른해졌다고 해. 그리고 이 이야기를 들을 때 쯤 나는 꽤 해탈해서 ‘비명소리가 그렇게 터지는데 그 깜깜하고 삐걱대는 교실에서 잠이 오디? 허허허’ 뭐 이런 말을 안하고도 잘 참을 수 있게 됐어. 아무렴 어때. 상대는 국화잖아.


353 이름 : ◆Qnxwlg6lDth 2019/10/04 22:00:43 ID : gqqjclck3zS 

자꾸 사설이 길어지네. 미안해. 음... 그리곤 국화는 어렴풋이 잠에 들었대.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깨어나야 했지만 말야.


354 이름 : 이름없음 2019/10/04 22:00:55 ID : GtzcFhhBy3V 

....보고있어


355 이름 : 이름없음 2019/10/04 22:02:35 ID : rwJPdvijclj 

보고이써


356 이름 : ◆Qnxwlg6lDth 2019/10/04 22:03:54 ID : gqqjclck3zS 

“사각사각 하는 소리가 들렸어. 처음에 교실에서 들렸던 그 소리. 그리고 비명소리가 찢어질 것처럼 들려왔지. 그래서 눈을 떴는데 그 두 개가 날 기다리고 있었어.”


357 이름 : ◆Qnxwlg6lDth 2019/10/04 22:06:08 ID : gqqjclck3zS 

두 개. 하나는 우리 삼촌.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예의 ‘그 아이’ 였지. 여기까지 말한 국화는 곧 말을 줄였다. ‘그래서 널 데리러 갔다’ 라며 말을 뭉뚱그려서 말이야.


358 이름 : ◆Qnxwlg6lDth 2019/10/04 22:08:04 ID : gqqjclck3zS 

“엥? 지금껏 구구절절 이야기해놓고 결말이 왜 이래? 그래서 왕자님은 공주님을 구해왔답니다. 하고 끝이야?” “난 왕자도 아니고, 너같은 공주 구할 생각도 없긴 하지만 끝이야.” 이 말을 할 때 국화는 진심으로 좀 짜증난 것 같았어.


359 이름 : 이름없음 2019/10/04 22:08:52 ID : ZhbwmsnXvvh 

레주오랫만이네...오자마자.폭풍읽기했는데..흥미진진..


360 이름 : ◆Qnxwlg6lDth 2019/10/04 22:09:59 ID : gqqjclck3zS 

내가 깐죽거리며 계속 이야기를 조르자 국화는 “너희 삼촌이 너한테 가야한다고 오셔서 내가 간 것 뿐이야.” 라고 딱 잘라 말했다.


361 이름 : 이름없음 2019/10/04 22:10:40 ID : GtzcFhhBy3V 

보구있어!! 뭔가 귀엽잖아. 너같은 공주안구한대


362 이름 : ◆Qnxwlg6lDth 2019/10/04 22:13:38 ID : gqqjclck3zS 

하지만 겨우 그런 말에 굴할 내가 아니지. “그럼 갑자기 단합대회는 왜 취소됐어? 왜 다들 집에 가는데?” 라며 한참동안 국화에게 징징거렸어. 그러자 국화는 말없이 내 핸드폰을 툭 하고 건드렸다.


363 이름 : 이름없음 2019/10/04 22:13:56 ID : rwJPdvijclj 

으으 귀야워 둘다 ..


364 이름 : 이름없음 2019/10/04 22:25:00 ID : WqjfV9jy1xw 

계속보고이쏘.....


365 이름 : ◆Qnxwlg6lDth 2019/10/04 22:25:47 ID : gqqjclck3zS 

‘아 맞다 핸드폰!’ 나는 옆에 국화가 있는 것도 잊고 핸드폰 폴더를 열었어. (아이스크림폰이라고 들어봤니 다들? 지금 봐도 그 폰은 예쁘더라.)


366 이름 : ◆Qnxwlg6lDth 2019/10/04 22:28:07 ID : gqqjclck3zS 

문자함에는 정말 몇십 통의 문자가 와있었다. 살면서 문자 그렇게 폭탄으로 받아본 건 처음이었지. 물론 좋은 내용이 아닐 거라는 직감 탓에 기분이 좋진 않았어.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문자함을 열었다.


367 이름 : ◆Qnxwlg6lDth 2019/10/04 22:32:27 ID : gqqjclck3zS 

문자의 대부분은 반장이 보낸 거였어. 나는 가장 위에 있는 문자부터 열어봤지만 [미안해내가진짜미안해잘못했어] 이런 알 수 없는 내용이라 쭉 내려서 순서대로 보기 시작했다. 내가 읽지 않은, 아니 정확히 말하면 오지 않았던 첫 문자는 [G가 쓰러졌어 잠깐 쉬었다가 가자] 였어.


368 이름 : ◆Qnxwlg6lDth 2019/10/04 22:36:01 ID : gqqjclck3zS 

“G가 쓰러졌다고?! 어디 아팠었나 G?” 나는 대번에 국화를 흔들며 G의 상태를 물었어. 워낙 순하고 착한 친구였던 터라, 크게 친하지 않았어도 걱정이 됐지. 국화는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툭 하고 핸드폰을 쳤어.


369 이름 : ◆Qnxwlg6lDth 2019/10/04 22:44:24 ID : gqqjclck3zS 

나는 살짝 흥분한 상태로 줄줄히 쌓인 문자들을 읽어냈어. 그리고 굉장히 혼란스러워졌다.


370 이름 : ◆Qnxwlg6lDth 2019/10/04 22:46:28 ID : gqqjclck3zS 

[G가 일어났어 집에 가야 한다고 난리라 담력테스트는 그만해야 할듯?] [내려오셈] [야야야야야 내려오지 말아봐. 우리 지금 교실간다. 마지막으로 남은 팀들 묶어서 담력훈련 콜?ㅋㅋ] [교실보단 화장실이 재미있을듯ㅋㅋ 교실에서 은근슬쩍 화장실로 보낼게 잠만 ㄱㄷ] [???어디감?] [너 지금 국화랑 같이 있어? 어디야?] [아ㅡㅡ 장난? 애들 화장실 갔다가 다 걍 왔어ㅡㅡ 어디냐고] [왜 전화 안 받냐]


371 이름 : ◆Qnxwlg6lDth 2019/10/04 22:48:16 ID : gqqjclck3zS 

뭐 대략 이런 문자들이었어. 정확하게 저렇게 문자를 보낸건 아니지만 G가 쓰러져서 담력테스트가 취소됐고, 남은 애들은 교실에서 화장실로 보낼테니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해보자는 내용이었지. (그 때 쓰던 폰이 안켜져서 문자는 대충 기억나는대로 적어봤어)


372 이름 : ◆Qnxwlg6lDth 2019/10/04 22:56:05 ID : gqqjclck3zS 

그리고 어쩐지 반장은 끊임없이 날 찾고 있었다. 중간중간 부반장에게도 [ㅇㄷ? 다 끝났음] 이라던가 [ㅋㅋㅋㅋ누가 말해줌? 와씨 당했네] 이런 느낌의 문자가 와있었고 말야. 두 사람 외에도 몇몇 아이들에게 문자가 와있었지만, 하나같이 어딘지 물어보거나 전화를 받으라는 내용이었다. 아. 간혹 미안하다는 문자도 있었어.


373 이름 : ◆Qnxwlg6lDth 2019/10/04 23:05:44 ID : gqqjclck3zS 

또 시간이 이렇게 됐네. 다음에 다시 올게. 다들 잘 자.


374 이름 : 이름없음 2019/10/05 01:40:02 ID : Qq3WjfVgqqp 

기다렸어ㅜ 다시 와줘서 고마워


375 이름 : 이름없음 2019/10/05 01:40:13 ID : Qq3WjfVgqqp 

너도 잘자 스레주


376 이름 : 이름없음 2019/10/05 03:21:56 ID : dO1fUZfSHzQ 

와아아아 잘자레주~~


377 이름 : 이름없음 2019/10/06 19:18:06 ID : ZhbwmsnXvvh 

언제또오는걸까,,ㅠ

 

378 이름 : 이름없음 2019/10/11 01:06:30 ID : 67tdyGrhzam 

처음부터 숨도 안쉬고 다 읽은거같다.... 레주진짜 필력좋은듯!! 그래서 언제와 레주....?


379 이름 : 이름없음 2019/10/11 01:37:50 ID : g2E05VgqqmK 

무서워서 눈물 흘릴뻔...


380 이름 : 이름없음 2019/10/11 02:54:56 ID : U6krbyGmnwm 

삼촌 얘기 읽다가 눈물 펑펑 흘렸어 흑흑... 레주 기다릴게


381 이름 : 이름없음 2019/10/11 17:52:28 ID : QliqqrxSL87 

기다리고 있을게. 미친듯이 기다리면 부담 가질 수 도 이쓰니가 천천히 기다릴겡..


382 이름 : 이름없음 2019/10/30 09:00:48 ID : 1a8ja2tzgpa 

스레주 언제왕?


383 이름 : 이름없음 2019/10/30 09:39:27 ID : qZjyY65860l 

구콰


384 이름 : 이름없음 2019/10/30 10:39:47 ID : rthe3Wi9ta2 

ㄱㅅ


385 이름 : 이름없음 2019/10/30 14:29:23 ID : k61BeZdvdzP 

삼촌얘기 너무 슬퍼..ㅠㅠㅠㅠㅠ ㅠㅠㅠ


386 이름 : 이름없음 2020/02/04 19:40:31 ID : vxwq59irusl 

스레주언제와?


387 이름 : 이름없음 2020/02/10 22:54:25 ID : zRA1wk4K46k 

이거 언제 올까


388 이름 : 이름없음 2020/02/11 19:10:30 ID : O4NAmJVhxSH 

언제 와...


389 이름 : 이름없음 2020/02/12 03:18:36 ID : HyIFirBze3P 

너무 궁금해


390 이름 : 호두국여왕 2020/02/12 12:10:10 ID : y589uq2FjBs 

책갈피해더대?


391 이름 : 이름없음 2020/02/13 15:34:24 ID : Dunu5U2MmL8 

레주 언제왕 ㅠ


392 이름 : 이름없음 2020/02/13 19:02:27 ID : rcK7wJPbfWk 

재밌게 보고 있었는데 끊겨서 아쉽당... 스레주 언제와ㅠㅠㅠ


393 이름 : ◆Qnxwlg6lDth 2020/02/24 23:01:13 ID : 1xxCjcoFeGq 

.


394 이름 : ◆Qnxwlg6lDth 2020/02/24 23:02:52 ID : 1xxCjcoFeGq 

아 이게 맞구나. 오랜만이라 인증코드가 뭐였는지 잠시 헷갈렸어. 다들 잘 지내고 있었니?


395 이름 : 이름없음 2020/02/24 23:03:05 ID : 45cLfbxwttf 

스레주!!!!!!!!


396 이름 : ◆Qnxwlg6lDth 2020/02/24 23:04:04 ID : 1xxCjcoFeGq 

여러 일이 겹쳐 한 번에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해 미안하다. 그래도 기다려주는 이들이 있는 것 같아 다시 이야길 좀 남겨볼게.


397 이름 : ◆Qnxwlg6lDth 2020/02/24 23:04:53 ID : 1xxCjcoFeGq 

음... 내가 문자를 읽으며 혼란스러웠던 그 날로 다시 돌아가볼까?


398 이름 : 이름없음 2020/02/24 23:05:49 ID : 45cLfbxwttf 

보고있어ㅠㅜㅠ


399 이름 : ◆Qnxwlg6lDth 2020/02/24 23:06:07 ID : 1xxCjcoFeGq 

나는 그 문자들을 빠르게 훑어보고 다시 국화에게 눈을 돌렸어. 왜냐면 아무리 읽어봐도 도통 문자의 흐름을 이해할 수 없었거든. 첫째로 나는 그 곳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고, 둘째로 나는 무언가를 알아낸 적도 없었으며, 셋째로 이렇게 다급하고 공포스러울 정도의 사과메세지를 받아본 적도 없었지. 한참을 갸웃거리고 있을 때 다시 핸드폰이 반짝였어.


400 이름 : ◆Qnxwlg6lDth 2020/02/24 23:06:38 ID : 1xxCjcoFeGq 

나는 화들짝 놀라 핸드폰을 툭 떨어트렸다. “으에엑!” 이런 낯부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말야.


401 이름 : ◆Qnxwlg6lDth 2020/02/24 23:07:09 ID : 1xxCjcoFeGq 

순간 아직 부모님을 기다리고 있는 몇몇 아이들이 눈에 띄게 움찔거리며 나를 바라봤어. 그리고 어쩐지 나는 그 장면이 꽤 느리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질감. 그래. 그건 분명한 이질감이었어. 기이하게 빛나는 아이들의 눈빛에서 나는 묘한 푸른 빛이 난다고 생각했지.


402 이름 : ◆Qnxwlg6lDth 2020/02/24 23:08:01 ID : 1xxCjcoFeGq 

번뜩 정신이 들자마자 난 일부러 오버해서 손을 흔들어댔다. “아! 전화!! 전화와서!” 그리고 허둥지둥 핸드폰을 주워들었지. 액정에는 [단팥빵크림빵아빵] 이라는 글자가 선명했어. (응. 그냥 아빠야)


403 이름 : ◆Qnxwlg6lDth 2020/02/24 23:08:53 ID : 1xxCjcoFeGq 

난 괜히 껄껄대며 아빠의 전화를 받았어. 그리고 다시 시무룩해졌지. 저녁에 맥주를 한 잔 했으니 그냥 택시를 타고 오라나. 아마 막상 나가려니 귀찮아져서 거짓말을 했을 게 분명해. (그럼 아까 전화했을 때 바로 말해주지 그러셨나요. 아버지......)


404 이름 : ◆Qnxwlg6lDth 2020/02/24 23:10:06 ID : 1xxCjcoFeGq 

뭐 그래도 한 편으론 그냥 편하게 국화랑 이야기할 수 있겠다 싶어 알겠다고 대답했어. 아빠는 그렇게 잔뜩 피곤한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고, 무슨 일인지 그 사이에 반장이 다시 내 앞에 와있었다.


405 이름 : ◆Qnxwlg6lDth 2020/02/24 23:12:15 ID : 1xxCjcoFeGq 

“왜?” 의연하게 반장에게 말을 건넨 건 내가 아닌 국화였어. 국화는 어쩐지 조금 화가 나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국화의 눈치를 살살 보던 반장은 내게 정말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곤 교문으로 달려나갔어. 그리고 교문 앞에 서있던 검은 세단에 올라타며 소리쳤지. “나 혼자 그런 거 아니야!! 다른 애들도 다 알고 있었단 말이야!! 그래도 미안해! 조심히 들어가!”


406 이름 : 이름없음 2020/02/24 23:12:35 ID : kpWpdRA3Pbd 

ㅂㄱㅇㅇ


407 이름 : ◆Qnxwlg6lDth 2020/02/24 23:17:08 ID : 1xxCjcoFeGq 

‘엥 뭐라는 거야?’ 란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여줬다. 뭐. 안보였을 수도 있지만 말야. 그리고 남은 몇 아이들의 눈빛은 괴이할 정도로 더 섬뜩하게 느껴져서 조금 소름이 돋았지.


408 이름 : ◆Qnxwlg6lDth 2020/02/24 23:17:32 ID : 1xxCjcoFeGq 

그런 내 속마음이라도 알아챈 것처럼 국화는 조용히 장소를 옮길 것을 제안했어. 해봐야 학교 바로 앞의 편의점이었지만. 그래도 편의점은 가로등도 밝고 꽤 사람이 많이 오가는 곳이라 흔쾌히 그 제안에 응했다.


409 이름 : ◆Qnxwlg6lDth 2020/02/24 23:18:29 ID : 1xxCjcoFeGq 

편의점에 가는 길에서 나는 국화에게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는지 물었어. 그러자 국화는 “어차피 못 오실텐데 뭐하러.” 라고 대답하며 쓰게 웃었다. 그래서 나는 국화에게 팔짱을 끼우며 말했지. “그럼 오늘은 우리 집에서 한 잠 때리고 가라!!! 어차피 내일 학교도 안가는데!” 일단 그냥 던진 말이었지만 국화는 의외로 꽤 기뻐했다. 친구네 집에 초대받은 게 처음이라고 말야.


410 이름 : ◆Qnxwlg6lDth 2020/02/24 23:24:14 ID : 1xxCjcoFeGq 

나는 괜시리 울컥하는 마음에 바로 우리집에 가자고 제안했어. 사실 혼자였으면 택시를 타고 갔을테지만, 국화와 함께라면 수다를 좀 떨며 걸어가도 괜찮을 것 같았거든. 국화는 살짝 상기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411 이름 : ◆Qnxwlg6lDth 2020/02/24 23:24:38 ID : 1xxCjcoFeGq 

학교에서 우리집에 가는 길은 꽤 멀었어. 도보로 40분 내외 정도? 그리고 그 동안 나는 꽤나 화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지.


412 이름 : ◆Qnxwlg6lDth 2020/02/24 23:25:08 ID : 1xxCjcoFeGq 

“아이들을 너무 나무라진 마.” 국화는 이렇게 첫 운을 뗐다. 국어 교과서에 나올법한 어휘력에 살짝 당황했지만, 그마저도 국화스럽다고 생각한 나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어.


413 이름 : ◆Qnxwlg6lDth 2020/02/24 23:26:19 ID : 1xxCjcoFeGq 

“학교. 꽤 오래 됐지. 건물들도 그대로고 말야. 오늘 일은 그래서 벌어진 거야. 으레 아이들은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잖아. 흔히 괴담이라고들 하는.” “무슨 괴담? 우리 학교에 그런 게 있어?” 나는 눈을 반짝이며 국화의 팔에 매달렸다. 국화는 그런 나를 떼어내며 말을 이었어. “응. 단순한 괴담으로 끝났으면 좋았을 만한 게 있지.”


414 이름 : ◆Qnxwlg6lDth 2020/02/24 23:27:22 ID : 1xxCjcoFeGq 

국화는 꽤나 짧고 명료하게 말했다. ‘우리 학교에는 본관 2층 화장실에서 밤을 보내면 미치광이가 된다’는 괴담이 있다고 말야.


415 이름 : ◆Qnxwlg6lDth 2020/02/24 23:28:13 ID : 1xxCjcoFeGq 

운동장에 있는 이순신 동상이 열두시가 되면 운동장을 돈다던가, 책 읽는 소녀 동상이 마지막 페이지까지 책장을 넘기면 누군가 죽는다던가, 밤에 본관 정문에 있는 거울을 보면 귀신이 나온다던가. 학교마다 뭐 그런 시시하고 으스스한 괴담이 하나씩 있잖아? 그런 흔해빠진 이야기를 기대했던 나는 꽤 흥미롭고 새로운 우리 학교표 괴담이 쏙 마음에 들었어. 그리고 화들짝 놀랐지. “근데 날 거기다가 던져뒀단 말야?!”


416 이름 : ◆Qnxwlg6lDth 2020/02/24 23:29:00 ID : 1xxCjcoFeGq 

“넌 이 이야기를 모르고 있었으니까.” 국화는 담담한 말투로 대답하면서도, 평소답지않게 표정을 일그러트리고 있었어. 그걸 보면서 어쩐지 기분이 좀 풀렸다. 나 대신 화내주는 건가. 싶어서 말야.


417 이름 : ◆Qnxwlg6lDth 2020/02/24 23:29:24 ID : 1xxCjcoFeGq 

“다만.” “다만?” “그건 영 헛된 괴담이 아니라는 게 문제였지.” “엥?! 진짜 미쳐?” 나는 제자리에서 펄쩍 뛰었어.


418 이름 : ◆Qnxwlg6lDth 2020/02/24 23:31:00 ID : 1xxCjcoFeGq 

“뭐 그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미칠 수도 있을거라곤 생각해.” “왜? 왜왜왜왜에~?” 국화는 다시 한 번 표정을 일그러트렸고, 그 원인이 나한테 있었음을 직감한 난 빠르게 양 손으로 입을 막았다.


419 이름 : ◆Qnxwlg6lDth 2020/02/24 23:32:42 ID : 1xxCjcoFeGq 

크게 한 번 숨을 내 쉰 국화는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어. “넌 눈을 감고 있었으니 다행이지만 ‘그건’ 꽤 삿된 거야.” 나는 그 때부터 더 이상 국화의 말꼬리를 잡지 않고 그저 얌전히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괜시리 국화 목소리가 떨리는 것처럼 느껴졌거든.


420 이름 : ◆Qnxwlg6lDth 2020/02/24 23:34:16 ID : 1xxCjcoFeGq 

국화의 말을 요약해보자면 이랬어. 우리 학교는 아주 오래 전부터 있었고, 그 사이에 이 건물은 근현대의 어떤 사건을 겪게 됐다고 해. (특정 시기나 지역이 밝혀질까 자세한 건 쓰지 못했어.) 그리고 그 시기에 탄압받던 이들이 이 건물에 숨어들게 되었고, 서로가 서로를 껴안으며 날을 새길 기다렸나봐. 하지만 늘 그렇듯 그들은 이내 발각되었고 하나씩 사라졌대. 화장실에 숨어들었던 ‘그 아이들’을 제외하곤 말야.


421 이름 : ◆Qnxwlg6lDth 2020/02/24 23:35:05 ID : 1xxCjcoFeGq 

그 아이들은 화장실에서 숨죽여 울면서 그 ‘휘파람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고 했다. 나는 이 대목에서 움찔거리며 국화의 옷깃을 잡았지. 물론 그 애의 말을 끊거나 되묻진 않았어.


422 이름 : ◆Qnxwlg6lDth 2020/02/24 23:35:33 ID : 1xxCjcoFeGq 

“꽤 악질이지 않아? 어차피 그들은 아이들이 그 곳에 숨어있는 걸 알고 있었을 거야. 그저 겁에 질려 발발 떠는 꼴이 더 보고 싶었던 거겠지.” 국화는 잠시 주먹을 꽉 쥐었다가 다시 조곤조곤 옛 일을 꺼내 뱉었다.


423 이름 : ◆Qnxwlg6lDth 2020/02/24 23:37:05 ID : 1xxCjcoFeGq 

그리고 결국 그 아이들은 그 휘파람 소리에 숨이 멎을 듯 떨어대다가, 하나. 둘. 또 사라져야만 했다고 했다. 그들 중 하나가 휘파람 소리를 멈추게 하기 전까진 말이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물어.’ 국화는 그 일을 이렇게 표현했다.


424 이름 : ◆Qnxwlg6lDth 2020/02/24 23:38:08 ID : 1xxCjcoFeGq 

그래. 쥐는 고양이를 물었고, 제 생이 다 하는 순간까지 매달려가며 고양이를 죽이는 것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 것은 산 자에겐 기회가, 죽은 자에겐 저주가 되어버렸던 모양이다. “여전히 누군가는 소리를 내지 못하고, 여전히 누군가는 소리를 내고 있는 거지.”


425 이름 : ◆Qnxwlg6lDth 2020/02/24 23:38:41 ID : 1xxCjcoFeGq 

나는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도 유독 이 말만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때의 서늘한 밤공기. 담백한 국화의 목소리. 복잡한 표정이 되어버렸을 나 자신까지도.


426 이름 : ◆Qnxwlg6lDth 2020/02/24 23:41:01 ID : 1xxCjcoFeGq 

사실 이 모든 이야기를 국화로부터 전해들었을 땐, 꽤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묘사에 약간 거북함을 느낄 정도였어. 그래서 최대한 상황만 이해할 수 있도록 요약해봤다.


427 이름 : ◆Qnxwlg6lDth 2020/02/24 23:43:18 ID : 1xxCjcoFeGq 

앞으론 평소에 조금씩 메모장에 글을 써두었다가 최대한 자주 와서 풀어보려 노력해 볼까 해. 다시 한 번 기다렸을 모든 레더들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싶어.


428 이름 : ◆Qnxwlg6lDth 2020/02/24 23:43:51 ID : 1xxCjcoFeGq 

잘 자고 좋은 꿈 꿔.


429 이름 : 이름없음 2020/02/24 23:45:17 ID : 45cLfbxwttf 

잘자!!! 고마워..


430 이름 : 이름없음 2020/02/25 00:12:56 ID : nBhy1DwE7fc 

헐 이제야 정주행 다했어.. 너무 재밌게 잘 읽었어!잘자구! 담엔 동접해보고싶다ㅎㅎ


431 이름 : 이름없음 2020/02/25 03:51:02 ID : dA585Pa2pSM 

정주행 다 했어..! 왜지.. 무서우면서도 슬프다 ㅠㅠ


432 이름 : 이름없음 2020/03/07 05:10:53 ID : pdV83vii67v 

언제와 ㅠㅠ


433 이름 : 이름없음 2020/03/07 08:42:10 ID : mlgY62GmoK0 

우와.. 다 봤다


434 이름 : 이름없음 2020/03/09 17:48:17 ID : Y9yZdzRCmII 

레주 왔었구나ㅜㅜㅜ항상 잘보고 있어 얼른 오길 바랄게


435 이름 : 이름없음 2020/03/09 21:14:18 ID : cFbdCkoFcqZ 

헐... 내 최애 스레가 살아낫어 ㅠㅠ


436 이름 : ◆Qnxwlg6lDth 2020/03/21 02:54:25 ID : Qre3O2smIHy 

안녕.


437 이름 : ◆Qnxwlg6lDth 2020/03/21 02:56:29 ID : Qre3O2smIHy 

요즘 코로나가 기승인데 모두 조심히 잘 지내고 있니? 나 역시 이번 일로 꽤나 상황이 어려워져서 걱정중이야. 나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부디 모두 별 일 없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438 이름 : ◆Qnxwlg6lDth 2020/03/21 02:58:12 ID : Qre3O2smIHy 

이제야 일이 끝나서 글을 쓸 수 있게 됐네. 아쉽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라 짧게 이야기를 하고 가볼게.


439 이름 : ◆Qnxwlg6lDth 2020/03/21 02:59:12 ID : Qre3O2smIHy 

자. 이제 국화와 내가 우리 집으로 향하던 그 여름 밤으로 돌아가볼게.


440 이름 : ◆Qnxwlg6lDth 2020/03/21 02:59:44 ID : Qre3O2smIHy 

나는 잠시 학교 화장실을 떠올리다가 국화에게 허겁지겁 우리집에 대한 tmi를 늘어놓기 시작했어. 꽤 무거워진 분위기 속에서 한참 걷고 있노라니, 조금 전에 들었던 온갖 소름끼치는 소리들이 다시 들려오는 것만 같았거든.


441 이름 : ◆Qnxwlg6lDth 2020/03/21 03:01:05 ID : Qre3O2smIHy 

우리집 화장실에 비데가 있다던지(안물어봤음) 대문에서 엄청난 끼이익 소리가 나는데 놀라지 말라던지(안물어봤음) 우리 앞 도로에서 사고가 자주 나는데 조심해야 한더던지(절대 안물어봤음)


442 이름 : ◆Qnxwlg6lDth 2020/03/21 03:01:52 ID : Qre3O2smIHy 

국화는 그런 나를 묘한 얼굴로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가끔씩 갸웃거리기도 하고 말야. 그걸 한 10분 정도 겪고 나서야 알아버렸다. ‘아. 얘 평범한 수다 처음 떨어보나 보구나.’


443 이름 : ◆Qnxwlg6lDth 2020/03/21 03:02:49 ID : Qre3O2smIHy 

뭐 그 전까지는 나와의 대화도 ‘안녕! 짝지!’ ‘응.’ (대화종료) ‘우리 숙제 있었니?’ ‘아니! 국어는 있어!’ ‘응.’ (대화종료) 대략 이런 패턴이었으니까. 지금 보니 철저하게 필요에 의한 대화였던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단합대회가 망쳐진 이후로는 술술 말도 잘 하던 국화였지만, 이런 평범한 주제로의 대화는 영 어색했던 모양이야. 그리고 그 모습 덕에 나는 풍선 바람빠지듯 긴장감을 덜 수 있었지.


444 이름 : ◆Qnxwlg6lDth 2020/03/21 03:04:19 ID : Qre3O2smIHy 

도착한 집은 굉장히 고요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와본 게 처음이라 한 밤 중의 우리집이 너무 낯설었어. 뭔가 집이 죽어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게 기억날 정도니까 말야.


445 이름 : ◆Qnxwlg6lDth 2020/03/21 03:04:57 ID : Qre3O2smIHy 

당연히 집 안의 모든 불은 꺼져있었고, 가족들 모두 잠들어 있었지. 그래서 난 굉장히 쓸 데 없는 배려심(다들 잘 자는데 깨울 순 없지!)으로 국화와 함께 월담을 강행했다. 결과는 완전 성공.


446 이름 : ◆Qnxwlg6lDth 2020/03/21 03:05:39 ID : Qre3O2smIHy 

그렇게 국화의 배에 발을 올려놓고 태평하게 자던 밤. 그 날이 우리가 평범하게 보낼 수 있었던 처음이자 마지막 시간이었지.


447 이름 : ◆Qnxwlg6lDth 2020/03/21 03:06:24 ID : Qre3O2smIHy 

조금 친해지면 흔히 하곤 하는 친구집에서의 하룻밤. 그게 우리의 마지막이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 그 이후로 국화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448 이름 : ◆Qnxwlg6lDth 2020/03/21 03:09:47 ID : Qre3O2smIHy 

이렇게 보니 정말 너무 짧다. 오래 기다렸을텐데 미안해. 좀 더 글을 쓰고 싶지만 지금은 몸이 너무 피곤하고 아파.


449 이름 : ◆Qnxwlg6lDth 2020/03/21 03:11:10 ID : Qre3O2smIHy 

그래도 내일은 오후에 잠시 시간이 날 것 같아. 아, 벌써 3시니까 오늘인가.


450 이름 : ◆Qnxwlg6lDth 2020/03/21 03:11:41 ID : Qre3O2smIHy 

그럼 조금 이따 다시 올게. 좋은 꿈 꾸렴.


451 이름 : 이름없음 2020/03/21 07:32:44 ID : WlzRCqlvgY7 

쭉 읽어보니 스레주 나랑 동년배같아 추억의 아이스크림 폰이라니ㅠㅠ 거대하고 뚱뚱한 티비도 추억이다ㅠㅠ


452 이름 : ◆Qnxwlg6lDth 2020/03/21 21:09:37 ID : Qre3O2smIHy 

다시 돌아왔어.


453 이름 : ◆Qnxwlg6lDth 2020/03/21 21:10:50 ID : Qre3O2smIHy 

>>451 아마 맞을거야. 라떼는 다들 그랬으니까.


454 이름 : ◆Qnxwlg6lDth 2020/03/21 21:15:27 ID : Qre3O2smIHy 

인사는 간단히 하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해볼게.


455 이름 : ◆Qnxwlg6lDth 2020/03/21 21:15:59 ID : Qre3O2smIHy 

나는 여느 때처럼 국화가 몸이 아파 학교에 오지 못하고 있는 거라 여기고 별 생각없이 가벼운 문자를 보냈지. 하지만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일주일이 될 때까지 국화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물론 답장도 오지 않았어.


456 이름 : 이름없음 2020/03/21 21:16:03 ID : iqqjgY1csi3 

그래


457 이름 : ◆Qnxwlg6lDth 2020/03/21 21:16:57 ID : Qre3O2smIHy 

그렇다고 얌전히 있을 나도 아니었기에 쪼르르 교무실의 담임선생님을 찾아갔다. 국화의 주소를 받기 위해서. 내 요청을 받은 담임선생님은 어쩐지 좀 난감한 표정을 지어보였어. 나는 알려주지 않으면 바닥에 누울 것이라는 비장한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눕기 전에 주소를 받을 수 있었다. ‘국화가 오랫동안 학교를 비우게 될 지도 모르겠구나.’ 라는 멘트도 함께 말야.


458 이름 : ◆Qnxwlg6lDth 2020/03/21 21:18:46 ID : Qre3O2smIHy 

종례가 끝나기 무섭게 나는 가방을 들쳐매고 담임에게 받아낸 주소로 향했어. 음.... 뭔가 서운함에 쒸익쒸익 거리면서 갔던 것 같아. ‘얼마나 아프길래 답장도 안보내는 거야?! 쉬익쉬익.....’ 좀 이런 느낌으로. 그리고 한참 헤매다가 찾은 국화의 집 앞에서, 그런 마음은 증발하듯 날아가버렸지.


459 이름 : ◆Qnxwlg6lDth 2020/03/21 21:19:33 ID : Qre3O2smIHy 

색이 바랜 채로 펄럭이는 얇은 천 가닥과 대나무가 장식되어있던 국화 집 낡은 대문은, 어쩐지 환히 열려있었다.


460 이름 : ◆Qnxwlg6lDth 2020/03/21 21:20:27 ID : Qre3O2smIHy 

바닥에는 쓰다 남은 테이프와 2L 생수병, 황토색 옷가지가 떨어져 있었어. 사실 그 것 말고도 그 집 마당은 충분히 어지럽혀져 있었고, 또 허전했지. 어린 내 눈에도 이제 이 곳에 국화가 없다는 것쯤은 알 수 있을 만큼 말야.


461 이름 : ◆Qnxwlg6lDth 2020/03/21 21:21:09 ID : Qre3O2smIHy 

순간 당황스러움에 집 안으로 발을 들이려던 나는 시선을 발치로 옮기다가, 대문 바로 앞 바닥에 적힌 삐뚤빼뚤한 글씨를 발견했다.


462 이름 : ◆Qnxwlg6lDth 2020/03/21 21:21:37 ID : Qre3O2smIHy 

[안녕]


463 이름 : ◆Qnxwlg6lDth 2020/03/21 21:22:15 ID : Qre3O2smIHy 

누가 봐도 국화. 그 애의 글씨였어. 나는 그 두 글자를 보면서 별 이유없이 쭈그려 울었다.


464 이름 : ◆Qnxwlg6lDth 2020/03/21 21:22:48 ID : Qre3O2smIHy 

나 진짜 걔랑 별로 안 친했는데. 국화 걔 잘 알지도 못하는데. 그렇게 이유없이 한참을 콧물 소매로 닦아가며 참 서럽게도 울었지.


465 이름 : ◆Qnxwlg6lDth 2020/03/21 21:23:32 ID : Qre3O2smIHy 

나는 그 날 여름 밤을 얕본 대가로 나흘을 심하게 앓았어. 첫 날은 집에서 끙끙대다, 이후에는 대학병원 응급실로 직행해서 치료를 받아야만 했지. 그리고 조금 살만해 졌을 때쯤. S로부터 국화가 학교를 그만두러 왔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텅 빈 국화 집을 보고 쏟아낼 걸 전부 다 쏟아내버린 건지, 그 문자를 보고도 별 생각이 들지는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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